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서로를 살맛 나게 하는 일

새벽지기1 2022. 11. 20. 07:39

    오늘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이 절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과일과 곡식을 추수한 후에 감사절을 지켰습니다. 씨를 뿌리고 가꾸는 수고를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허락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도 추수 시기에 맞추어 감사절을 지킵니다. 직장을 다니든 개인 사업을 하든, 그 본질에서 있어서는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노력이 결실을 얻게 되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앞길을 계획하지만,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주님이시다”(잠 16:9)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일 주일에 한 번 일손을 멈추고 안식일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명령하신 까닭은 우주의 운행과 인생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기억하고 고백하고 감사하라는 뜻입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인생의 주인이 자기 자신인 줄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자신의 인생이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지는 겁니다. 그 불안은 더욱 일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일에 붙들려 살다가 소비되고 맙니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말은 단순히 쉬라는 뜻이 아닙니다. 온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예배하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인생이 자신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자신에게서 부족한 것을 찾아 불평하기를 그치고 이미 주어진 것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웃에게 베풀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주고 리듬을 되찾아 줍니다. 일로 인해 마모될 수 있는 인간성을 회복시켜 줍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안식일 대신 주일을 지키고 있지만, 그 정신에 있어서는 동일합니다.

    안식일이 매 주일 반복하는 것이라면, 추수감사주일은 매 년 반복하는 것입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지난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기간입니다. 그 감사는 먼저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 드려져야 합니다. 마음과 정성을 담아 예물을 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그 감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것을 나눔으로 표현됩니다.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의 물질을 나누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이런 때가 되면 더욱 외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은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제일 두렵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사는 받는 사람보다 표하는 사람에게 더 유익하다고 합니다. 감사를 느낄 때면 행복감이 마음에 차오릅니다. 감사를 표하는 행동을 통해 그 마음은 더욱 커집니다. 또한 감사는 받는 사람에게 큰 기쁨을 안겨 줍니다. 감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appreciation)는 ‘알아줌’이라는 의미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감사한다는 말은 그 사람에게 나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 준다는 뜻입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만큼 살맛 나게 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 귀한 절기에 감사로서 모두를 살맛 나게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 김영봉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흐르는 시간 앞에서  (0) 2022.12.05
믿음의 종착역  (0) 2022.11.29
내 축복의 한 조각을 떼어  (0) 2022.11.14
서울 유감  (0) 2022.11.06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0) 202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