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믿음의 종착역

새벽지기1 2022. 11. 29. 07:35

     추수감사절을 잘 지내셨는지요? 미국식 명절을 거듭 지내면서 생각과 체질이 점점 미국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과거에는 ‘굳이 터키를 먹어야 하나?’ 싶어서 우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제는 터키 고기가 맛있게 느껴지고 곁들여 먹는 음식들도 입맛에 익어가고 있습니다. 몇 년 하다 보니, 터키 고기 써는 일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이번에는 카타르 월드컵이 감사절 기간에 시작되어 명절 분위기가 더 진해졌습니다. 감사일 오전에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게임이 있었고, 금요일(Black Friday)에는 미국과 영국의 게임이 있어서,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즐겼습니다.

    주말에 동네를 걷다 보니, 방문한 자녀들과 성탄절 장식을 하는 이웃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 방송국은 감사절이 지나면 곧바로 캐롤 혹은 성가를 틀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성탄절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된 것입니다.

    그것은 교회의 전통에서 나온 것입니다. 추수감사절이 지난 첫 주일은 늘 교회력의 ‘대림절’과 겹칩니다. 영어로는 The Advent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는 ‘강림절’이라고도 부르고 ‘대강절’이라고도 부릅니다. 성탄일 이전 네 주간 동안 지키는 절기인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2천 년 전에 오신 것을 기억하고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는 기간입니다. 교회력의 새해는 대림절 첫 주일입니다.

    서양 교회 전통에서는 대림절 기간 동안 The Nativity Scene을 만들어 놓습니다. The Nativity Scene이란 예수께서 태어나셨을 때의 장면을 가리킵니다. 누추한 헛간에 요셉과 마리아가 앉아 있고, 주변에 가축들이 둘러 서 있고, 앞에는 동방박사와 목자들이 경배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구유가 있는데, 대림절 기간 동안 비워 놓았다가 성탄일에 아기 인형을 뉘어 놓습니다.

    대림절의 또 다른 전통은 대림절 촛불 점화입니다. 사철나무 가지를 둥글게 연결하고 가장자리에 네 개의 촛불을 꽃아 주일마다 하나씩 켜는 것입니다. 중앙에는 흰색 촛대를 두는데, 그것은 성탄일에 불을 붙입니다. 세 개의 촛대는 대림절의 상징 색깔인 보라색으로 되어 있고 하나는 핑크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림절의 기본적인 정서는 ‘고난’, ‘참회’, ‘소망’ 같은 것입니다. 보라색으로 그 정서를 표현합니다. 그 중 하나를 핑크색으로 정한 이유는 대림절에도 기쁨을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서양의 교회들은 성탄 전야 예배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과거에는 성탄 전야에도 예배 드리고 성탄일에도 예배 드렸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성탄 전야 예배만 드리고 성탄일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변화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림절 동안 기다려 온 성탄일 촛불도 켜지 못하고 The Nativity Scene에 아기 예수 인형을 뉘지도 못합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불길한 상징으로 보입니다. 우리 믿음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것인데, 혹시나 그 목표점에 이르지 못하고 의미 없이 부산 떠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 모두가 우리 믿음의 목적지에 이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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