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내 축복의 한 조각을 떼어

새벽지기1 2022. 11. 14. 06:56

    저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한국 방문을 마치고 건강히 돌아 왔습니다. 모처럼 동역자들과 진지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장로교 통합측 목사님들의 연구 모임에 초청되어 간 것인데, 참여한 분들 중에는 서울과 지방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목사님들이 많았습니다. 그 정도의 반열에 오르면 보통 어디 가서 누구에게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제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진지하게 경청하셨습니다. 강의하는 제가 더 많은 감동과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오며 가며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세 편 보았습니다. 한국으로 갈 때는  The Darkest Hour  를, 올 때는  The Benediction>과  <The Cold Mountain>을 보았습니다. < The Darkest Hour>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처칠 수상에 대한 이야기이고, <The Benediction>은 1차 세계 대전에 참여했던 전쟁 시인 지그프리드 사순에 관한 이야기이고, < The Cold Mountain>은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저는 영화에서 다루어진 인물들에 대한 관심 때문에 선택한 것인데, 공교롭게 세 영화 모두 전쟁에 관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전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의 생애 동안에 국지전이 있기는 했지만, 전쟁터에 나가 싸워야 할 세계 전쟁은 없었습니다. 이것 만으로도 저는 인류 역사 상 최고의 행운을 누린 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무의미하게 희생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그프리드 사순은 시를 통해 전쟁의 비참함과 폭력에 대해 고발했습니다. 한 번 주어진 값진 인생이 권력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소모품으로 허비되는 것은 비극 중에도 비극입니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오늘 예배 후 우리는 ‘Rise Against Hunger’라는 이름의 행사를 가집니다. 매년 추수감사주일을 앞 두고 행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지상에서 굶주림을 종식 시키기 위해 연합감리교회 목사가 시작한 구호 행사입니다. 네 사람이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양의 쌀과 콩과 말린 아채와 비타민을 한 봉지에 포장하여 가난한 나라 혹은 전쟁이나 재해로 인해 고통 받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전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2만끼를 포장합니다. 우리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안녕은 지난 세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한 열매를 누리는 것입니다. 내일에 대해 아무 두려움 없이 잠자리에 들고, 어제처럼 오늘도 일터로 나갈 수 있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한 상에 둘러 앉아 애찬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연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 평안을 누리고 있다면 불안 가운데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고, 지금 풍요를 누리고 있다면 곤핍함 중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할 뿐 아니라 내가 누리는 평안과 풍요의 일부를 떼어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에도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감사절을 맞는 것은 특별한 축복입니다. 그 축복의 한 조각을 떼어 그런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할 일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행사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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