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살아 있다는 것

새벽지기1 2022. 12. 19. 06:41

     며칠 전, 아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다가 그럽니다. “아이고, 언제 이렇게 되었대. 주름은 늘고, 피부는 늘어지고, 몸은 이곳 저곳 쑤시고……” 그 말을 듣자 제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산 것이 감사하지……” 그 말을 하면서 저는 속으로 놀라면서 ‘어, 이거 진실인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도 저의 말에 공감해 주었습니다.

    이제 겨우 육십 줄에 들어선 사람들이 청승을 떤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너무 나무라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노화의 과정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이제 얼마 지나면 당연하게 여기고 살 것입니다.

    제 친구의 어머니는 남편을 위해 평생 한 가지의 기도만 드렸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전쟁 때 총상을 일곱 군데나 맞고도 살아나신 그 어른은 그 후유증으로 인해 잔병 치레가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친구 어머니는 늘 “하나님, 내 남편, 늙어서 죽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른 나이에 병이나 사고로 죽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를 그렇게 표현하신 것입니다. 그 기도가 통했는지, 그분은 은퇴하신 후에도 여러 해 동안 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왜 어떤 사람에게는 긴 인생이 주어지고, 어떤 사람에게는 짧은 인생이 주어지는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대로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그런 노력이 언제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로서는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목숨을 잘 보존하고 허락하시는 기간 동안 충실히 살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삶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그에 따른 비용이 늘어납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몸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더 이상 지불할 것이 없을 때 죽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불할 돈(건강)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두 주간 동안 전도서를 읽었습니다. 전도서는 성경 중에서도 특별한 책입니다. 피상적으로 읽으면 비관적인 인생관을 피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생사에 대해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미래의 운명에 대해서는 알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전도서의 고백입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배제하면, 이러한 현실 인식은 염세주의나 쾌락주의 혹은 방탕주의로 흐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도자는 창조주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따라서 그는 미래의 운명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루하루 주어지는 삶에 충실하자고 말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입니다. 전도자는 “비록 개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으면 죽은 사자보다 낫다”(전 9:4)고 했습니다. 우리는 죽고 나면 이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품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땅에서의 생명을 값없이 취급하면 안 됩니다. 태아가 모태에서의 생을 충만하게 누릴 때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는 것처럼, 우리도 이 땅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충만하게 살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면, 노화 과정에서 비용을 치뤄야 할 때마다 오히려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로 걱정하게 하고,

    매일 하루치의 수고에 감사하고 하루치의 기쁨에 만족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라는 전도자의 고백에 깊이 수긍이 되는 요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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