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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새벽지기1 2017. 12. 12. 07:07

Symphony No.2 in C minor“Die Auferstehung”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은 그의 염세적인 세계관이 잘 드러난 곡이다. 말러는 이 곡을 부다페스트 가극장의 지휘자로 있던 1888년에 시작하였으나 계속되는 가극장의 과중한 업무와 지휘 등으로 진척되지 못한다. 다음해인 1889년에는 부모님이 차례로 세상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동생 '레오폴디네'마저 뇌종양으로 세상을 뜨는 일이 벌어진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치질이 재발하는 등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해 11월에 있었던 교향곡 제1번 <거인>의 초연이 세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가뜩이나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닥친 일련의 불행한 일들은 그를 더욱 ‘죽음과 부활’에 대한 고뇌(집착)로 몰아갔다. 그러나 현실은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가장의 몫까지 짊어지게 되면서 곡은 쉽게 진척되지 못한다.

 

그러다가 함부르크 시립가극장의 지휘자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1893년부터 잘스부르크 근처의 ‘쉬타인바흐’에 머물며 작곡에 집중하여 제4악장까지의 총보를 완성한다. 그러나 제5악장 ‘부활’에 들어갈 가사를 찾지 못하여 또 한 번 애를 태우고 있을 무렵, 존경하는 선배 ‘뵐로우’가 1894년 카이로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평소 존경하던 뵐로우의 장례식에 참석한 말러는 장례식장에서 이 곡의 ‘부활’에 대한 명제로 고민하던 일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종교적이고 경건한 '클롭스톡'의 <부활>을 듣고 나서였다.

 

말러는 이 때 장례식에서의 인상을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내가 맛 본 기분, 즉 죽음을 생각했던 기분이 내가 만들고 있던 작품의 정신에 딱 들어맞았다. 그 때 오르간 단상에서 클롭스톡의 ‘부활’의 합창이 울려퍼졌다. 나는 번개를 맞은 듯, 내 마음 속에 있던 모든 것이 정리되며 확실해졌다. 모든 창작예술가가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하여, 말러는 5악장에 들어갈 ‘부활’의 시를 찾게 되었고, 클롭스톡의 詩 제3절 이하를 스스로 수정하여 5악장에 넣게 된다. 시의 내용은 “부활이 있기 때문에 죽음은 생의 소멸이 아니며, 이 세상에서 인생의 고뇌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인간은 부질없이 사는 것도 아니고 쓸데없이 고뇌하는 것도 아니다.”는 내용으로 평소 말러의 사상과 딱 부합하는 명제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죽음’과 관련이 있는 제1악장에서부터 ‘부활’에 이르는 제5악장까지의 거대한 교향곡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이 곡은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거대한 담론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전작인 교향곡 제1번에 비해 대규모의 관현악이 필요했다. 특히 금관과 타악이 대규모로 증가되었고, 여기에 성악(소프라노, 알토, 혼성합창)까지 추가되었으며, 각 악장을 동기적으로 관련지음으로서 비로소 <부활>이라는 거대담론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초연은 1895년 12월 13일 자신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니에 의해 이루어졌다.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 Mariss Jansons, chief-conductor

 

 

1st Allegro maestoso.

Mit durchaus ernstem und feierlichem Ausdruck

제1악장 <아주 성실하고 장엄하게 표출되도록>. 제1악장은 “나의 영웅(제1번)을 무덤에 묻고, 그 생애를 맑은 거울로 높은 위치에서 비춰본 것이다. 동시에 이 악장은 큰 문제를 표명하고 있다. 그것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살아왔는가이다. 이 문제를 들은 자는 모두 다 하나의 대답을 할 것이고, 이 해답을 나는 마지막 악장에서 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곡의 도입은 ‘부르크너 개시법’을 연상케 한다. 제1주제의 모습이 현악기로 연주된 후, 목관이 가세하고 이어 총주로 격렬해지면 다시 목관이 달래는 듯한 악구를 연주하면 바이올린이 제2주제를 연주한다. 이어 호른과 목관이 장송행진곡을 연주하면 하프가 홀로 제시부를 마친다. 발전부는 3부분이며, 재현부는 제시부보다 대위법적으로 되어 있다. 코다는 장송행진곡풍으로 조용히 사라지듯 하다가 반음계 풍으로 하강하며 악장을 닫는다.

 

 

 

2nd Andante moderato. Sehr gemachlich

제2악장은 <아주 즐겁게, 절대 서두르지 말고>. 이 악장에 대해 말러는 “그(교향곡 제1번)의 지나간 인생의 행복한 순간, 청춘과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한 비극적 회상”이라고 말했다. 슈베르트의 ‘렌틀러’를 생각하게 할 만큼 쾌활하며 트리오를 두 번 연주하는 형태다.

 

 

 

3rd Scherzo. In ruhig fliessender. Bewegung

제3악장은 <온화하게 흐르는 움직임으로>. 3부 형식의 스케르초다. 말러는 2악장에 대해 “제2악장에서의 불만스러운 듯한 꿈에서 깨어나 다시 생활의 시끄러움 속으로 복귀하면, 인생의 끊임없는 흐름이 무서움으로 너희들에게 닥쳐올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은 마치 너희들이 외부의 어두운 곳이나 음악이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바라보는, 밝게 비춰진 무도회장 무용수들의 율동과도 흡사하다. 인생은 무감각하게 너희들 앞에 나타나, 너희들이 혐오의 절규를 내질러 잘 일어서는 악몽과도 같다....”. 이 악장은 그의 가곡 <소년의 마술 뿔피리>중 제6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의 가사에 의한 것이다. 팀파니의 4도음으로 시작되고, 여러 타악기가 더해지면서 이어 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한다. 이 두 선율은 입체적으로 전개되고 강약의 대비가 두드러진 경과 부분을 지나면 제1부의 재현이 시작된다. 코다에서는 클라이맥스를 구축한 뒤 주제가 단편적으로 재현되면서 마친다.

 

 

 

4th 'Urlicht' Sehr feierlich, aber schlicht 'O Roschen rot!'

Text from Des Knaben Wunderhorn (alto-solo)

제4악장 <극히 장엄하게, 그리고 간결하게>. 말러는 이 악장에 대해, “소박한 신앙의 감동적인 연결 같은 노래가 들려온다. 나는 신에게서 왔다가 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신은 나에게 하나의 등불을 주었다. 영원한 인생의 행복까지 나를 밝혀줄 당신을 위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악장은 <소년의 마술 뿔피리>중 '태초의 빛'(Urlicht)을 바탕으로 한 알토 독창의 노래로 “오, 붉은 장미여, 인간은 큰 고난 속에 있고 큰 고뇌 속에 있다. 나는 오히려 천국에 있고 싶다. 나는 신에게서 와서 신에게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5th Im Tempo des Scherzo: Wild herausfahrend

'Auferstehn ja auferstehn wirst du'

Text from Klopstock & Mahler‘Die Auferstehung’(soprano, alto, chor)

제5악장은 관현악 편성을 확대시켜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우 입체적이다. 말러는 이 악장에 대해, “우리들은 다시 모든 두려운 문제에 직면한다.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살아있는 자의 종말은 왔다. 최후의 심판의 날이 가까이 온 것이다. 대지는 벌벌 떨고, 무덤이 열리며, 죽은 사람이 일어나고, 행진은 영원히 계속된다. 지상의 권력자도, 쓸데없는 사람도, 왕도 거지도 나아간다. 위대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계시의 트럼펫이 절규한다. 그리고 무서운 정적 속에서 지상 생활의 최후를 저주하는 모습을 나타내듯이 휘파람새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부드럽게 성자들과 천국 사람들의 합창이 다음과 같이 노래된다. "부활하라, 부활하라. 너희는 용서받을 것이다." 그리고 신의 영광이 나타난다. 이상하고 부드러운 빛이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모든 것이 잠잠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보라, 거기에는 어떤 재판도 없고, 죄인도 바른 사람도, 권력도 비굴도 없고 벌도 상도 없다. 사랑의 감정이 우리를 복되게 정화한다.”라고 노래한다. 제1부 스케르초는 "황야에서 외치는 자"가 강렬한 울림으로 시작되며 트럼펫이 제1주제를 연주하고, 이어 저음현의 움직임 위에서 호른이 조용하게 행진곡풍으로 제2주제를 연주한다. 발전부에 해당하는 제2부는 알레그로로 빠르게 긴장이 고조되다 제3부로 이어진다. 제3부는 "위대하게 부르는 소리"이며 트럼펫으로 시작되어 이것이 무대 뒤의 호른에 남겨지고, 이어 합창이 무반주로 클롭스톡의 "부활의 찬가"를 시작한다.

 

 

<, 우리 인간이여. 짧은 평안 뒤에 부활할 것이다. 영원의 생명을 구하는 자에게는 주어질 것이다.>라고 노래한다. 이어 알토 독창이 <오 믿어라. 나의 마음. 그대는 아무것도 잃지 않으리라>라고 노래하면, 하프의 글리산도와 함께 합창으로 부활의 주제 <태어난 자는 죽고, 죽은 자는 부활한다.>를 노래한다. 이어 소프라노와 알토 2중창이 나오고, 여기에 합창과 오르간이 더해져 제2주제와 부활의 주제에 의해 <살기 위해 죽는다. 그대 나의 마음이여, 그대는 순간이며 부활되지 않는다.>라고 노래한다. 천지를 진동하는 장엄한 합창과 오케스트레이션이 커다란 클라이맥스를 구축한 후 코다로 이어진 곡은 마침내 장엄하고 숭고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