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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새벽지기1 2017. 10. 10. 11:57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Choral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은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환희에 부친다’ 송가의 구절을 가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 송가는 프랑스 혁명 직전인 1785년 드레스덴에서 쓰여진 것으로, 베토벤은 이 시를 교향곡 제9번 4악장에 독창과 합창으로 교대로 부르도록 하였다. 시의 내용은 봉건적 전제군주제의 폐해를 혁파하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는다. 실러의 이 ‘송가’는 ‘자유에 부침’으로 출판하려 하였으나 당국의 검열 때문에 ‘환희에 부침’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렬한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이 이 시를 보고 흥분했음은 당연하다. 본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루드비히 피체니히’에 따르면, 1792년 베토벤이 이 시 전체에 음악을 붙일 계획을 세웠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20살 때, ‘아베르동크의 시를 바탕으로 <레오폴드 2세 대관식을 위한 칸타타>를 작곡한 바 있는데, 이때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나오는 가사와 비슷한 엎드려라, 수백만의 사람들이여에서 성악과 오케스트라의 처리가 훗날 합창교향곡과 흡사한 부분이 나온다. 이어 1795년 작곡된 <사랑 받지 못하는 이의 탄식>에서 합창에서 사용된 선율이 처음 나오고, 1808년 완성된 <피아노, 합창과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에도 합창의 주제가 다시 사용된다. 그리고 1815년에는 2악장의 스케르초 주제가, 1817년에는 1악장의 윤곽을 스케치한 자료가, 그리고 1822년 완전히 동일한 선율로 합창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하여 마침내 1824년 합창교향곡이 완성된다. 그래서 합창교향곡은 착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합창의 테마를 여러 곡에서 시차를 두고 계속 사용했다는 것은, 베토벤이 이 선율을 얼마나 깊은 애정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베토벤이 합창교향곡을 작곡하던 시기를 돌아보면, 이때 빈 시민들은 더 이상 심원한 베토벤의 음악보다는 로씨니 등의 코믹 오페라에 열광하고 있었다. 게다가 베토벤은 완전히 듣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장염 등으로 몸도 성치 못했으며, 조카 칼의 문제 등 여러 가지로 매우 불행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작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산고 끝에 만들어진 이 교향곡은 <‘환희에의 붙임’을 마지막 합창으로 한 대관현악, 4성부의 독창, 4성부의 합창을 위해 작곡되었으며,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 폐하에게 심심한 경의를 가지고 루드비히 판 베토벤에 의해서 봉정된 교향곡 작품 125>라는 긴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교향곡은 서양음악유산의 위대한 유산이다. 베토벤은 이 곡을 만들기 전, 1822년 완성된 ‘장엄미사’를 통하여 내적인 평안을 기원하였고, 그것을 외적으로 완결한 것이 바로 2년 후 1824년 완성한 이 합창교향곡이다. 열렬한 공화주의자로써 베토벤은 당시 오스트리아를 지배하고 있던 반동정치가 자유주의의 부활을 꿈꾸던 지식인들을 억압하는 상황에서, 그가 이 곡을 통해 인류의 평화와 사랑을 부르짖었던 것은 어쩌면 시대적 소명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고뇌를 통해 환희로’라는 그의 신념이 이곡에 그대로 발현되기를 소망한 것은 아닐까.

 

따라서 음악적으로 합창교향곡의 4악장을 일관해서 볼 때, ‘고뇌를 통해 환희로’라는 주제가 4악장에 나타남으로써, 앞의 3개 악장은 마지막 4악장을 위한 전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4악장의 시의 내용이나 음악의 구성은 전 악장을 통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1악장은 충실하고 장엄한 시작, 제2악장의 스케르초에서는 소나타 형식과 푸가토를 혼용하는 구성, 제3악장은 두 개의 주제와 변주, 그리고 마지막 4악장에서 변주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형식 등 이때까지의 교향곡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작곡법을 구사함으로써 낭만시대의 작곡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이 곡은 위대하다.

 

전곡은 1824년 2월에 완성되어 빈의 ‘케른트너토어’의 궁정극장에서 있었다. 곡이 끝났을 때,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은 청중의 박수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여, 청중석에서 얼마나 열광하는지 모르고 망연히 서 있었다고 한다. 이때 알토가수인 ‘웅거’가 베토벤이 관중을 보도록 유도하여 청중이 환호하는 모습을 그제서야 보았다고 한다.

 

한편 베토벤이 이때 지휘하지도 않았는데, 왜 무대에 서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훗날 알려지게 된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베토벤이 나무판자를 무대 바닥에 연결하여 그 위에 서 있었는데, 이는 소리의 진동이 나무를 통해 베토벤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음악을 듣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널빤지 위에 발을 딛는 것으로 마침내 실현되었던 것이다. 하여, 후대 사람들은 그의 악보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여 그를 위로하고, 그의 음악을 추앙하고 있는 것이다해마다 송년이면 울려 퍼지는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에 의해 적극적으로 해석됨으로써 베토벤이 인류에게 보낸 웅혼 장대한 헌사가 교향곡이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전달된 것이다.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Christian Thielemann 

 

 

 

Gewandhaus Orchester Leipzig Riccardo Chailly

 

 

1st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다. 주제 동기의 단편이 4도, 5도로 하강하는데, 이는 막연하지만 뭔가를 예고하는 듯한 인상이다. 이것은 다시 되풀이 된 후, 경과부 다음 제2주제가 목관악기로 나온다. 발전부는 제시부의 소재로 힘찬 긴장감을 만든다. 재현부도 서주의 악구를 사용하여 매우 격동적으로 만들어지고, 그 사이에 반음계적인 오스티나토의 움직임도 나타난다.

 

1st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Myung whun Chung

 

 

2nd Molto vivace

3부 형식의 제2악장은 스케르초다. 대체로 3악장에 들어가던 스케르초를 2악장에 둔 것은 4악장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배치로 보인다. 여기서 3부 형식은 제1부와 제3부에서는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중간부는 자유로운 변주곡 형식이다. 그러나 제1주제는 푸가토적인 아이디어가 있고, 팀파니 사용법은 매우 독창적이어서 힘을 증대시키는 스케르초에 잘 어울린다.

 

2nd Molto vivace Myung whun Chung

 

 

3rd Adagio molto e cantabile

3악장에 아다지오를 배치한 것은 4악장의 극적 긴장감을 더욱 높이기 위한 의도이다. 두 개의 주제를 가진 자유로운 변주곡 형식의 3악장은 제1주제가 꿈처럼 이어진다. 여기에 관악기의 메아리와 같은 반응은 평화롭다. 이어 마에스토소로 약간 빨라지면서 제1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동경을 품은 듯 제2주제를 연주한다. 이렇게 두 개의 주제가 천국을 묘사하듯 이어지다가 코다에서는 금관악기가 경고하는 것처럼 예리한 악구를 연주한다. 그 사이에 변주는 계속 이루어지며, 맨 처음 나왔던 주제의 단편들이 나오면서 조용히 마감된다.

 

3rd Adagio molto e cantabile Myung whun Chung

 

 

4th Presto

제4악장은 제3악장에서 차분하던 관현악이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다. 이어 제1악장의 첫 부분이 나오고, 이어 제2악장의 주제와 단편, 그리고 제3악장의 제1주제의 첫 부분이 나온다. 여기서 베토벤은 “아니 이것은 우리에게 절망적인 상태를 생각나게 할 것이다”라고 작곡노트에 적었다. 이는 ‘절망’ 뒤에 찾아오는 ‘환희’를 의미하는 베토벤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그 유명한 환희의 선율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즉 환희는 1악장에서와 같은 투쟁이나 노력, 2악장과 같은 열광, 3악장과 같은 안정도 아니다. 이 3개의 악장은 단순히 4악장 합창의 전제로 놓인 셈이다. 이어 드디어 베이스가 “오 친구여 이런 음들 말고 좀 더 즐거운 음에 소리를 맞추세. 좀 더 즐거운 음에”라고 노래한다. 이는 베토벤이 직접 써 넣은 것이다. 이어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이여,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정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결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라고 노래한다. 이 노래는 16마디로 된 민요풍의 노래이다. 곡은 다시 일변하여 안단테 G장조 3박자로 위엄 있게 남성 합창이 코랄풍의 노래를 장중하게 부르기 시작한다. 이어 여성 합창이 등장하여, “포옹하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게 이 키스를 주리. 형제들이여! 푸른 하늘 위에는 사랑하는 주가 꼭 계시리. 땅에 엎드려 비나니 만물들이여, 조물주를 믿는가? 푸른 하늘 위에서 주를 찾으라. 많은 별 위에, 그는 꼭 계실 것이다”라고 노래한다. 이윽고 혼성합창으로 ‘포옹하라’의 선율과 ‘환희의 주제’가 얽힌 장려한 2중 푸가가 전개된다. 이어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샘플 마르카토의 D장조 6/4박자로 2중 푸가가 귀결부로 들어가면서 다시 기도의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는 곡상이 변하여 2/2 박자의 조심성 있는 알레그로로 변화하여 환희의 주제에 의한 변주로 돌아가서 네 명의 독창자와 합창이 환희의 송가 첫 구절의 새로운 변주를 주거니 받거니 노래한다. 마지막은 전곡의 코다가 되어, 독창과 합창은 프레스티시모로 열광적인 환희를 노래한다. “품에 안겨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 이 키스를 주리.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이여, 낙원에서 온 아가씨들이여,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이여!”라고 열광적으로 노래한 후, 강렬한 힘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4th Presto  Leonard Ber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