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아름다운 선행

새벽지기1 2016. 8. 3. 07:53


교회 가는 길에 우연히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빌딩 관리사무소 강반장님을 마주쳤다. 순간, 더 추워지기 전에 교회 싱크대를 교체하고 순간온수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일할 수 있는 분을 소개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일할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강반장님은 대뜸 자세한 이야기는 현장을 보고 하자며, 잠시 후 교회로 올라가겠으니 먼저 올라가시라고 하셨다. 1시간쯤 후에 강반장님이 올라오셨다. 손에는 줄자와 필기도구가 있었다.

 

곧바로 교회 부엌과 싱크대를 점검해보시더니 자기가 할 수 있겠다며, 사람 부를 필요 없다고 하셨다. 필요한 재료만 준비하면 일하는 것은 본인이 하시겠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어느새 중고 싱크대 파는 곳까지 가서는 마침 교회 부엌에 딱 맞는 싱크대가 있다고 전화하셨다. 물건을 보지 않은데다가 16만원이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곳을 더 알아보아야겠다고 응답했다. 공교롭게도 교회 인터넷이 불통이었다. 관리사무소로 내려가 대형 중고마켓에 알아보니 싱크대는 중고를 팔지 않을 뿐 아니라 사이즈도 맞는 것이 없었다. 결국 강반장님과 함께 물건을 보러 갔다. 맞춤처럼 모양과 크기가 알맞은 알루미늄 싱크대였다.

 

구매를 결정하고 돌아오는데 때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 같이 식사나 하고 들어가자며 강반장님의 손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한사코 거부하셨다. 몇 번을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예의상 거부하는 게 아니었다. 매우 단호했다. 순간온수기나 사놓으라며 나를 떠밀어 보냈다. 오후 2시쯤 싱크대가 도착했다. 깨끗이 닦아서인지 윤기가 번득이는 게 새 것 같았다. 밤에는 순간온수기를 구입해 관리사무실로 갖다드렸다. 이제는 자기가 할 일만 남았다며 다 준비해놓고 주일 오후에 설치하겠다고 하셨다.

 

주일 오후에 관리사무실에 가보니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설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물건을 옮겨 설치를 시작했다. 쓰던 싱크대를 빼는 작업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수도와 연결된 관과 정수기에 연결된 호스들을 다 분리하고 해체한 다음 싱크대를 교체하고 다시 연결하는 작업, 순간온수기에 수도관을 연결하는 작업이 꽤 복잡하고 힘들었다. 더욱이 좁은 공간에서 일을 하려니 옹색하고 힘들었다. 기본 작업을 하고 나니 밤 7시였다. 나머지는 밥 먹고 혼자 하겠다며 열쇠만 남겨 놓고 가라고 하셨다. 역시 식사 대접은 한사코 거부하셨다. 다음 날 새벽에 교회에 가니 교회 불을 환하게 밝혀 놓고 정수기와 연결된 작은 호스가 지난 자리를 수세미로 닦고 계셨다. 전날 밤 늦게까지 작업하셨을 텐데도 새벽에 나오셔서 호스를 옮긴 자리의 자국을 깨끗이 지우고 계셨다. 그리고 이틀 후 화요일에는 시트지를 붙이고 선반을 이단으로 설치했다. 토요일에는 전기 연결 작업과 마무리 작업을 했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물론 여기에 기록하기 않은 일들도 있다. 필요한 부품을 손수 구입하기도 하셨고,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신경 쓰며 실수 없이 꼼꼼하게 일하셨다. 사용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된다며 작은 것 하나까지도 대충 넘기지 않으셨다. 더욱이 일하는 동안 한 마디의 공치사도 없으셨다. 아내와 나는 감사를 넘어 감동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한 것뿐이라며 아무런 대가 없이 세심하고 꼼꼼하게 마무리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마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일을 맡겼어도 그렇게 꼼꼼하고 완벽하게 마무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을 다 마치고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몰라 내가 쓴 책을 두 권 드렸더니 그것은 받겠다며 고맙다고 웃으셨다. 참으로 아름다운 선행이었다.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이야말로 선행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