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병선목사

[스크랩] 교회의 담을 넘어 일상의 영성으로-정병선목사

새벽지기1 2015. 8. 16. 16:54

 

나는 교회가 하나님나라의 유일한 전초기지임을 믿고 중시하는 교회주의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교회 생활에 열심인 성도들을 볼 때면 고맙고 감사한 생각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들의 순전한 믿음에 도전을 받기보다는 믿음에 생활을 앗기고 있다는 사특한 의구심이 든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믿음과 생활의 역현상 때문이다.

본디 믿음은 삶을 위해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다.

소위 ‘믿음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믿음으로 생활’하게 하기 위해 허락된 은총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구겨진 존재와 삶을 구원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인 것이다.

사실 ‘믿음⌒생활’이란 아주 소박한 것이다.

마음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만도 아니고,

교회당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 - 예배 · 기도 · 말씀 묵상 · 교회 내 봉사와 대외 봉사 - 에 참여하는 것만도 아니다. 하나님나라 사업에 헌신하는 것만도 아니다.

일상의 모든 일을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바로 ‘믿음⌒생활’이다.

 

하여, 믿음과 생활의 관계는 분명해야 한다.

믿음이 생활을 위해 동원되어야지 생활이 믿음을 위해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교회의 현실은 영 다르다. 믿음과 생활의 우선순위와 구조가 뒤집어졌다.

목회는 믿음을 위해 생활을 동원하는 기술이 되어버렸고,

성도들의 자원을 최대한 교회 사역의 장으로 끌어낼 줄 아는 목회자가 영성 깊은 목회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믿음으로 생활을 떠받치는 교회는 쇠락하는데 비해 생활로써 믿음을 떠받치는 교회는 성장하는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이다.

교회 안에는 ‘믿음 지상주의’와 ‘믿음 환원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루터가 주창했던 “오직 믿음”조차도 본래의 궤도를 벗어나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동원하는 목회적 구호가 되었고, 성도들을 교회 생활에 붙박아두는 정당한 원리로 둔갑해버렸다.

이처럼 ‘믿음⌒생활’이 ‘믿음생활’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목회 성공과 교회성장주의에 매몰된 목회자들의 천박한 욕망과 신학적 협소함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그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소위 ‘믿음생활’에 열심인 자들일수록 훌륭한 성도라는 칭송을 받기 때문에 “오직 믿음”이 목회적으로 어떻게 변용되고 있는지, 믿음이 어떻게 삶을 갉아먹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하지만 성도들의 마음과 생활이 많이 지쳐있는 걸 보면 짐작이 간다. 그동안 성도들이 얼마나 생활로써 믿음을 뒷받침해왔는지를.

 

이제는 습관처럼 익숙해진 목회적 관행을 멈추어야 한다.

믿음을 도구화하는 목회, ‘믿음생활’만을 종용하는 목회, 성도들을 교회성장의 볼모로 후리는 목회적 악습을 청산해야 한다. 물론 교회의 담(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대안공동체로서의 구별됨)은 꼭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담 안에만 성도들의 에너지를 쏟아 붓게 하는 목회 이기주의의 죄악은 청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6일 동안의 일상에서도 믿음의 진가를 드러내는 신앙인으로 양육하는 목회,

‘믿음생활’을 넘어 ‘믿음⌒생활’을 하도록 돕는 목회,

성도들을 세상에 파송하는 목회로 거듭나야 한다.

 

이 글은 다비아 칼럼방에서 담아 온 것입니다.

출처 : PROTESTANT
글쓴이 : freedom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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