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 (이사야서 18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10. 19. 06:36

해설: 

18장은 당시에 “구스”라고 불렸던 에티오피아에 대한 심판의 예언이다. 구스는 주전 715년부터 20년 동안 이집트 전역을 다스릴 정도로 번성했었다. 이 예언은 앗시리아가 이집트까지 세력을 넓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유다와 연합하여 전쟁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나왔을 것이다. 

 

“벌레들이 날개 치는 소리가 나는 땅”(1절)에서 “벌레들”은 메뚜기를 가리킨다. 어떤 학자들은 “날개 달린 배들의 땅”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2절에서 언급된 것처럼,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배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배에 날개가 달린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 그들은 “키가 매우 크고 근육이 매끄러운 백성”이며 “멀리서도 두려움을 주고 적을 짓밟는 강대국 백성”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묘사다. 그들이 유다로 사절단을 보내어 반앗시리아 동맹을 맺으려 했는데, 이사야는 에티오피아 사절단에게 돌아가라고 말한다. 

 

3절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산 위에 깃발이 세워지는 것과 나팔 소리가 나는 것은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전쟁이 일어나고 진행 되는 동안 하나님은 “내가 나의 처소에서 조용히 내려다보겠다”(4절)고 말씀하신다. “나의 처소”는 하나님의 자리 혹은 위치를 의미한다. “조용히 내려다 보겠다”(개역개정 “종용히 감찰함이여”)는 말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슬이 내려앉듯이” 혹은 “뙤약볕이 고요히 내리쬐듯이” 드러나지 않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인간의 모든 행도의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이 있다. 

 

그 날이 오면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마치 영글기도 전에 잘려버린 포도나무 가지처럼 될 것이고,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을 날짐승과 들짐승들이 뜯어 먹을 것이다(5-6절). 이 예언대로 구스는 앗시리아에 의해 멸망 당했다. 

 

7절의 “그 때”는 이스라엘과 유다가 회복되어 모든 민족이 시온으로 몰려오는 종말의 날을 가리킨다. 에티오피아의 멸망을 예언한 후, 이사야는 먼 미래를 내다 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인간적인 강함을 자랑하던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겸손해져서 “만군의 주님께 드릴 예물을 가지고, 만군의 주님의 이름으로 일컫는 곳 시온 산으로 올 것이다.”

 

묵상:

하나님은 무엇을 ‘행하심’으로 일을 이루기도 하시지만 ‘행하지 않으심’으로 일을 이루기도 하십니다. 에티오피아에 대한 심판은 하나님께서 ‘행하지 않으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에티오피아의 오만과 앗시리아의 야만이 서로 만나 싸우도록 내버려 두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나의 처소에서 조용히 내려다보겠다”(4절)고 하십니다. 그러는 동안 “추수철 더운 밤에 이슬이 조용히 내려앉듯이, 한여름 폭염 속에서 뙤약볕이 고요히 내리쬐듯이”(4절) 하나님께서 의도하시는 일이 일어납니다.

 

우주의 운행과 인류의 역사와 우리 개인의 일상사 안에서 하나님은 항상 일하십니다. 때로는 ‘행하심’으로 일하기도 하시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행하지 않으심’으로 일하십니다. 우리 스스로의 자유 의지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하는 것을 지켜 보십니다.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내려다보시는” 동안에는 그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조용히, 드러나지 않게, 보이지 않게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그분을 신뢰하고 그 뜻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한 밤중에 내리는 이슬같이 은혜로 임하시고, 그분을 거역하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사는 이들에게는 한여름 폭염 속에서 뙤약볕이 내리쬐듯 심판으로 임하십니다. 

 

그런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부산히 움직이지도 않고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습니다. 인간적인 능력에 도취되어 하나님인 양 들레지도 않습니다. 자주 걸음을 멈추고, 틈틈이 눈을 감습니다.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에 자신을 맡기기 위함이요, 그분의 미세한 음성에 귀 기우리려는 까닭입니다. 그럴 때 비상하고 특별한 일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소하고 범상한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