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한재욱목사

여백

새벽지기1 2019. 6. 4. 06:38


여백
 

“어느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다가 숨이 막혀 죽었다고 한다.

이유를 알고 보니 악보에 쉼표가 없었다고 한다.

쉼표는 노래의 여백이다.

여백 없는 악보, 쉼표 없는 악보는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질식하게 한다.”
한재욱 저(著) “인문학을 하나님께”(규장, 269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글도 그러하고 그림과 사진도 여백이 있는 것이 넉넉하고 좋습니다.

여백은 독자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창조의 공간입니다.

흔히들 동양의 미학을 ‘여백의 미’라고 합니다.

넘침보다는 모자람을 선택한 것입니다.

‘없음’으로 인해 ‘있음’이 빛납니다.

흰 여백은 감상하는 사람이 들어갈 공간입니다.

이론도 그러합니다. 웃을 수 있는 여유와 여백이 없는 이론은 복수와 증오에 불타오르는 이론입니다.

100의 출력 능력을 가진 오디오 기기를 70정도로 해 놓고 음악을 들으면 가장 편안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여백이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틈이 없고 매끈한 유리 같은 사람에게는 이웃의 눈물이 스며들지 못합니다.

넉넉한 무명천같이 여백이 있는 사람은 이웃의 눈물을 흡수하며,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됩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머리에 기억되지만,

배려의 여백이 있는 사람은 가슴에 남습니다.

열정에 불타는 사람이 역사를 변화시킵니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다 태워 재를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황홀하게 타오르지만 곁 물상(物象)을 파괴하지 않는 성스러운 불꽃,

뜨겁지만 날카롭지 않은 리더,

이렇게 균형 잡힌 리더십을 가진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귀신을 쫓아내며 하나님의 능력을 펼친 제자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들뜬 마음으로 예수님 앞에서 사역을 보고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이들에게 “저기 고지가 또 있다!”라며 재촉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막6:31).

참 따뜻한 여백의 말씀입니다.

신앙에도 여백이 필요합니다.

신앙의 여백은 내가 다 하려고 하지 않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다릴 줄 아는 믿음을 가리킵니다.

여백이 있는 그림이 좋습니다.

여백이 있는 이론이 좋습니다.

여백이 있는 사람이 좋고, 여백이 있는 신앙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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