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설교, 참으로 주제넘은 일

새벽지기1 2019. 3. 24. 07:01


성경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수많은 이들이 성경을 읽는다.

그런데 성경처럼 오독이 심한 책이 또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성경처럼 해석이 다양한 책도 없을 것이고, 성경처럼 오독이 심한 책도 없을 것이다.

성경도 책인지라 사람마다 읽고 이해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이해 수준이 다르고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가 제각각 다를 수 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초등학생이 이해하는 것과 대학생이 이해하는 것이 다르고,

같은 소설을 읽어도 병선이가 이해하는 것과 현미가 이해하는 것이 다르듯이,

성경도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게 정상이다.

아무리 성령의 조명을 받아 읽는다 해도 사람마다 선이해가 다르고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해석의 다양성을 탓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성경은 다른 어떤 책보다 심오하고 광대한 책이요

역설과 은유가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와 해석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성경이 말하는 이야기의 핵심과 진실을

왜곡하는 정도로까지 오독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성경을 오독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잘못된 안경을 쓰고 읽기 때문이다.

성경을 제대로 읽으려면 하나님을 보는 안경과 세상을 보는 안경이 깨끗해야 한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제대로 알고,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구원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하나님나라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부활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목사와 성도들이 쓴 안경은 깨끗하지도 평평하지도 않다.

여러 색깔들로 알록달록하고 이곳저곳에 얼룩이 있고 울퉁불퉁하다.

그러니 무슨 방도로 오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상한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고 이상하게 보이는 것처럼,

성경도 우리가 잘못된 안경을 쓰고 읽기 때문에

성경의 모든 이야기를 엉뚱하게 오독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성경이 말하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말이다.

 

성경을 함부로 읽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모든 읽기가 위험한 일이지만 특히 성경을 읽는 것은 특히 더 위험한 일이다.

사실 성경을 읽는 일은 단지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경은 독자의 존재와 삶 전체를 잡아 흔들기도 하고 뒤집어엎기도 한다.

성경은 독자의 영혼과 정신과 마음을 지배한다.

그런 만큼 성경은 다른 어떤 책보다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진의가 무엇인지를 성령님께 묻고

앞뒤 문맥을 살펴가면서 지혜롭게 읽어야 한다.

부분을 통해 전체를 읽고, 전체를 통해 부분을 읽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자기 안경을 벗어가면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오독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저 습관처럼 자기 안경을 쓴 채로 읽는다.

아니, 성경 읽기를 통해 자기 안경을 절대화한다.

사실은 성경 읽기를 통해 자기 안경을 깨부수고 내려놔야 하는데

정반대로 자기 경험과 관점을 강화시키고, 자기 믿음과 확신을 더욱 공고히 한다.

그래서 성경을 많이 읽은 자들일수록 이상한 편견과 독단에 빠지는 경우가 잦다.

 

나도 한 때는 그랬다.

성경을 통해 나의 옳음을 증명하고 내세울 때가 있었다.

성경을 통해 내 앎과 믿음을 강화시킬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경 앞에서 나는 너무 작다는 것,

성경의 빛 앞에서 나는 너무 어둡다는 것이 보였다.

눈을 뜨면 뜰수록 나의 무지가 보였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설교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내가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을 설교하고 가르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경을 설교하고 가르치는 것이 정말 두렵고 힘겨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엎드리고 공부하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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