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어른과 꼰대의 차이

새벽지기1 2019. 3. 7. 11:15



우리는 보통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가리켜 ‘어른’이라 한다.

그러나 본래의 말뜻은 좀 다르다.

어른은 단지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뿌리를 추적해보면 ‘어른’이라는 말에는 ‘얼이 있는 자’라는 뜻이 짙게 담겨 있다.

그러니까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아도 얼마든지 어른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은데도 어른이 안 된 사람이 부지기수다.

몸은 성인인데 속은 아이인 ‘성인 아이’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는데 속은 미성숙한 ‘성공 유아’들이

거리마다 빌딩마다 아파트마다 차고 넘친다.

 

물론 본인은 자기가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다.

아니,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확신한다.

자기는 어른이라고. 어른 중의 어른이라고 확신하고 어른 노릇에 앞장선다.

자랑하고, 훈계하고, 야단치고, 무시하고, 지시하고, 온갖 갑질을 한다.

어떤 사람은 노골적으로. 어떤 사람은 교양 있게.

어떤 사람은 교묘하게. 어떤 사람은 노련하게.

어떤 사람은 어설프게. 어떤 사람은 무식하게.

어떤 사람은 부드럽게. 어떤 사람은 거칠게.

 

사람들은 이 모든 걸 비상하게 간파한다.

저들은 ‘어른’이 아니라는 것,

어른이 안 됐는데도 어른이 안 된 줄 모르고 어른 노릇하려든다는 것,

아니 어른이 안 된 것을 애써 감추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까지도 꿰뚫어 안다.

저들의 온갖 저열함의 실상을 꿰뚫어 알고는 마침내 비웃는다.

“당신, 꼰대군!!”

 

물론 세상의 모든 꼰대는 꼰대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사실 꼰대는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누구든 꼰대가 될 수 있다.

세월과 함께 세월의 두께만 쌓아가는 사람은 누구든 꼰대가 된다.

세월은 우리에게 왔다가 그냥 가지 않는다.

세월은 우리의 가슴, 몸, 가치관, 여러 관계, 이해, 삶에 다양한 흔적을 남겨 놓는다.

30-40세까지는 이 세월의 흔적이 쌓여 우리 삶의 자산이 된다.

세월의 흔적이 쌓이는 것만큼 존재와 삶이 성장하고 삶의 영역이 넓어진다.

그러나 40세 이후부터는 그간 쌓인 세월의 흔적(한 개인 안에 쌓인 세월의 흔적이 아무리 많고 다양하다 해도 극히 일천하고 부분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이 고착화되면서

점차 존재와 삶을 억압하고 가두는 역기능 쪽으로 기운다.

세월의 흔적이 존재와 삶을 넓고 깊게 하기 보다는

기존의 앎과 경험을 강화하는 쪽으로 말이다.

그 결과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기 앎과 경험을 절대화하는 오만에 빠지게 된다.

자기 잣대로 세상만사를 판단하는 관성에 몸을 맡기게 되고,

자기 생각과 판단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완고함에 익숙해지게 된다.

소위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꼰대로 추락하지 않고 어른으로 비상하려면

어린 아이처럼 쉼 없이 묻고 탐구해야 한다.

쉼 없는 물음과 진실 탐구를 통해 이전까지 쌓아왔던,

혹은 쌓였던 세월의 흔적을 해체시켜야 한다.

오늘의 경험과 발견과 공부를 통해

어제까지 쌓고 쌓였던 세월의 흔적을 정화하고 벗기고 재조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꼰대로 추락하지 않고 어른으로 비상할 수 있다.

 

사실 꼰대와 어른은 백짓장 한 장 차이다.

그런데 그 백짓장 한 장 차이가 우주보다 더 무겁고 깊다.

꼰대는 이미 도달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아직도 길을 가는 사람이다.

꼰대는 가르치려드는 사람이고, 어른은 공부하려드는 사람이다.

꼰대는 일방통행의 사람이고, 어른은 쌍방통행의 사람이다.

꼰대는 자기 안에 갇힌 사람이고, 어른은 무한한 진리의 세계에 열린 사람이다.

꼰대는 자기를 절대화하는 편협한 사람이고, 어른은 자기를 상대화하는 겸허한 사람이다.

꼰대는 삶의 다양성과 다층성에 눈뜨지 못한 사람이고,

어른은 삶의 다양성과 다층성에 눈뜬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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