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한경직목사

무산자의 복음 (야고보서2:1-13, 시편 23편)

새벽지기1 2016. 12. 8. 07:45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들을지어다. 하나님이 세상에 대하여는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는 유업으로 받게 아니하셨는냐』(약2:5)

여러 해 전에 내가 신의주 제 2 교회에서 시무 할 때의 일입니다. 한 번은 어떤 청년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보니 이 청년은 가난한 가정에서 생장한 청년으로 불행하게도 제일 어린 동생이 중병에 걸렸으나 돈이 없으므로 약을 쓸 수도 없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할 수도 없을 때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답니다. 『어떻게 하든지 내 동생을 낫게 하여 주소서. 하나님 아버지의 권능 있는 손을 펴사 돈 없는 사람도 죽지 않고 입원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음성을 들려주옵소서』그 후 과연 자기 동생은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청년은 너무도 기뻐서 노래를 지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의 목자는 여호와시니
가난한 내 동생이 산 것처럼
불쌍한 모든 형제 슬플 것 없도다 
 

그런데 자기 백부의 옆집에 모 부호의 아들이 병이 들었습니다. 입원도 하고 약도 쓰고 각색 치료를 다 하였으나 약석(藥石)이 무효로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후 그 집에서는 죽은 아들의 옷을 불사른다, 경을 읽는다 야단법석이더라고 썼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목자는 여호와시니!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입니까? 이러한 생각은 가난한 중에서 신앙 생활을 하자는 누구나 다 체험한 사실입니다. 과연 여호와는 가난한 자의 목자이시니, 옛날 애굽에서 말할 수 없는 학정 밑에 벽돌을 굽고 고역 하던 가난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간절히 드리는 기도를 하나님은 들으시고 응답하사 저희를 구원하여 주셨고, 베들레헴 어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난 목동 다윗을 불러 골리앗을 쳐죽이고 불레셋을 물리치시며 저를 들어 이스라엘의 제왕을 삼아 건국하게 하시고, 농촌에서 자라난 가난한 농민 아모스를 불러 정의의 예언자를 삼아서 당시 부패한 상류 계급, 귀족 사회의 죄악을 통격(痛擊)하셨습니다.


신약의 첫머리에서 우리는 주님 예수는 무산자의 대표라는 기이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나셨고 가난한 목수 요셉의 가정에서 자라나셨습니다.『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에 나는 새도 깃들일 곳이 있으되 오직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이 말씀 한마디가 주님이 얼마나 가난한 생활을 하셨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합니다. 가난한 자의 친구가 되시고 가난한 과부의 연보를 축복하시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시다가 가난한 자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예수 님만 아니라 예수 님의 제자들도 그러하였으니 세리 마태를 제외한 열 한 제자들 역시 갈릴리의 가난한 무산 대중이었습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도 또한 그러하니 초대 교회 신자들은 부요 한자들이 아니라 거의 무산 대중이 아니면 노예들이었습니다.


초대교회만 아니라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덕을 세우며 정신적 지도자가 된 이들은 대개 가난한 자들이었습니다. 장막을 지으면서 전도하던 사도 바울, 가산과 전토를 다 팔아 교회에 바치고 일생을 가난한 자들과 함께 살면서 전도하던 바나바, 성(聖)안토니, 성(聖)베네딕트, 성(聖)프랜시스도 청빈한 생활과 함께 살면서 복음을 전하였고, 위대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도 가난한 광부의 아들이었습니다. 참으로 교회는 가난한 사람으로 시작하고 가난한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세기를 통하여 헌신과 희생으로 자라왔으며 영광을 주께 돌렸습니다.


기타 성현들도 역시 가난한 자들이었으니 공자(孔子)는 상가지구(喪家之狗)라는 말을 들었고, 헬라의 가장 지혜 있고 의롭고 선하던 소크라테스는 독배(毒杯)를 마시고 임종할 때 사랑하는 제자 크리토에게『크리토여, 아스클레피우스에게 닭 한 마리 빚진 것이 있으니 갚아주기를 바란다』하고 운명하였으니 얼마나 가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 보건대 주님이 하신 말씀과 같이『사람이 사는 것이 그 가산이 넉넉한 데 있지 않다』는 말씀이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가난한 자에게 풍성한 축복을 하셨습니다.
첫째로, 믿음이 풍성하게 하십니다. 본문 5절에 보면『하나님께서 세상에 대하여 가난한 자를 택(擇)하사 믿음이 풍성하게 하시고』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은 가난한 자들을 제자로 삼으시고 오순절 날 성신의 놀라운 역사를 통하여 저들에게 믿음의 풍성함을 주셨습니다. 이리하여 폐문불출(廢門不出)의 예루살렘 교회는 전도의 불길이 맹렬히 일어나서 하루에 3천 명씩 회개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사랑이 풍성하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가난한 자에게 믿음의 풍성한 은혜를 주실 뿐 아니라 또한 사랑의 은혜도 풍성하게 하십니다. 가난한 초대 교회가 오순절 날 믿음의 풍성한 은혜를 받았을 때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사랑의 축복이, 서로 아끼고 서로 위로하는 사랑의 축복이, 물건의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용하는 유무(有無)상통(相通)하는 사랑의 축복이 저들에게 넘쳤던 것입니다. 이리하여 초대 교회에는 핍절(乏絶)한 사람이 없었다고 사도행전 4장 34절은 말합니다.


셋째로. 기쁨이 충만하게 하십니다. 믿음의 풍성한 은혜가 있고, 사랑의 풍성한 은혜가 있을 때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한 기쁨의 은혜를 하나님은 넘치도록 가난한 자에게 주십니다. 사도행전 4장 36절로 37절에 보면 초대 교회는 가난한 신자들과 떡을 떼면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기쁨으로 하나님을 찬미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넷째로, 전도에 열심(熱心)케 하십니다. 하나님은 가난한 자들을 통하여 전도하십니다. 사도행전 5장 42절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매일 성전에 있든지 집에 있든지 예수는 그리스도라 전도하기를 쉬지 아니하더라』또 바울은 친히 고린도 후서 6장 10절에서 증거하기를『가난한 자와 같으나 여러 사람을 부요 하게 하고…』하였습니다. 만일 가난한 예수가 없었던들, 만일 가난한 바울이 없었던들, 만일 가난한 베드로가 없었던들 오늘 우리가 복음을 소유할 수 있었겠으며 구원을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만일 이 세상에 공자(孔子)나 소크라데스가 없고 도척(盜拓)이나 석숭(石崇)이만 살았던들 이 세상은 어찌 되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할 것은 가난한 자의 사명입니다. 병자에게 병자로서의 사명이 있는 것같이 가난한 자에게는 가난한 자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사명이 있습니다. 가난한 자를 들어서 세계를 부요 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경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활이 가난하여도 그로 말미암아 오는 사명이 있는 것을 자각하여 영광을 주께 돌리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서울 거리를 지나노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담배, 약, 사탕, 수건 등을 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라고 아우성치는 것을 여러 번 보게 됩니다. 이들이 전에는 한 번도 이렇게 아우성 처 본 일이 없는 이북 동포들이라 생각할 때 나는 가슴이 바작바작 타올라 저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땅을 내려다보면서 지나가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것 때문에 낙심하거나 울지 말고, 가난한 자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사명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전에 부요 할 때 영광을 돌리면 그 이상으로 가난할 때 어떻게 영광을 돌릴까 하는 데 대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마음의 부자가 되기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교회는 가난한 교회입니다. 38 사선을 넘어온 전재민들이 모여서 예배하는 교회입니다. 그러나 초대 교회와 같이 가난한 가운데서도 믿음에 부요 하고 사랑에 부요 한 은혜를 받아 전도에 힘있는 교회가 되어 영광을 주께 돌리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가난한 자의 목자는 여호와 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다윗과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우리가 되지 않으면 아니 됩니다. (1947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