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44) 한류

새벽지기1 2016. 11. 8. 07:42


기독교 한류문화 바른 정착 힘써야
 

  
 

100여 년 전 선교사들은 우리를 “은자의 나라(hermit nation)”라 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닙니다. 미국 다음으로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 선교 대국이 되었습니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을 세 번이나 개최하고 부동의 종합 2위를 지키고 있는 스포츠 강국이기도 합니다. 국제무역과 경제, 기술과 학문, 예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와 한류

우리나라는 5000년의 역사를 통해 주변국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고유한 문화를 일구어 왔습니다. 한복과 한옥, 한식과 국악, 우리 문학과 전통예술은 세계 어느 문화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글은 가장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입니다. 이제 한국문화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김치나 된장처럼 외국인들이 혐오하고 놀리던 음식까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류는 세계 방방곡곡에 알려진 국제적인 문화상품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늦었습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 특히 대중문화 분야에서 약진해 드라마, 가요, 영화에 이르기까지 세계무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일본대중문화 개방에 즈음해 문화적 잠식을 우려하던 일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은 오히려 일본이 자국 내 한류의 인기와 영향력 확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형편입니다.

문화는 공동체의 독특한 삶의 양식이라고 정의됩니다. 대중문화에도 그런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한류는 산업화로 인해 도시에 집중된 현대 한국인들의 삶과 정서가 배어있는 새로운 문화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업적으로 기업의 주도하에 만들어지는 문화라는 점에서는 전통 민속문화와 구별됩니다.

 
상업화된 한류

한류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의 노래와 이야기가 세계인들의 주목거리가 되는 것은 자부심을 갖고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K-pop이나 <대장금> 같은 한류 드라마가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라기엔 거리낌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안방극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선정적인 음악이나 ‘막장’ 드라마와 폭력적 게임들까지 한류를 타고 세계로 퍼져나간다면 거리낌은 우려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란 본래 지역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문제는 세계화로 인해 오늘날 대중문화는 국적불명이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시장을 장악하고 확대하기 위해 ‘최대공약수’를 지향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자연히 세계인들의 취향을 맞춘 가볍고 충격적이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주제에 호소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한류를 대표하는 드라마나 K-pop 역시 이런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는 문화가 산업에 함몰되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문화는 경제나 정치와 독립된 영역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특히 세계를 시장으로 보고 다국적 문화산업의 거대기업이 만들어내는 대중문화는 국적불명의 혼종문화투성이 입니다. 실제로 K-Pop 가운데는 소재 자체가 우리 것이 아니거나 작곡자나 안무가 외국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바른 한류

한류에 대한 과도한 열기는 반발을 부르기도 합니다. 그 좋은 예로 아시안게임 개막식 행사에 한류스타들을 대거 등장시킨 일을 놓고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 언론들에게 질타를 받았습니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의 개막식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보여줄 중요한 기회입니다. 동시에 인종과 종교, 정치와 이념을 넘어서 국가간 친목과 우애를 다져야 할 자리입니다. 특히 금번 아시안게임과 같이 ‘배려와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건 행사에 문화산업의 손익계산이 개입되었다면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한류에 대한 지나친 자긍심에 대해 반성이 요구됨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은자의 나라가 아니지만 높은 문화수준을 갖춘 동방예의지국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문화적 영향력까지 급성장해 한류를 통해 세계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국제적 문화의식을 갖추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선교지에 나가보면 한국교회 고유의 기독교문화가 이식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통성기도와 새벽기도가 그 좋은 예입니다. 현지 목회자들과 교인들도 한국교회를 배우려 애씁니다. 한 선교학자는 예수 그리스도는 결코 문화의 손님인 적은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문화의 변혁자이시거나 심판자이셨다는 것입니다. 한국문화는 기독교 전파 이래 크게 변화되었습니다. 이를 드러내 보여주는 일은 선교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기독교적인 한류를 세계만방에 나누기 위해 우리 모두가 문화 수준 향상에 힘을 써야 합니다.

신국원 교수  opinion@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