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존 스토트

존 스토트 성령론(1) / 이은창(새벽이슬 대표간사)

새벽지기1 2016. 3. 26. 08:55


1. 들어가며


20세기 기독교 내에서 가장 큰 운동인 오순절 운동이 시작되면서 성령론에 대한 논쟁은 지난 세기 기독교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특히 칼빈주의적인 전통을 따르는 개혁교회들 내에서조차 성령론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차이를 보이면서 여전히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경우, 오순절 운동과 은사주의 운동의 중심에 있는 교회가 가장 큰 교회와 교단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교회들이 교회성장을 위한 한 방법으로 은사주의 성령론을 무분별하게 채택하는 왜곡도 가져왔다. 오순절 운동이 한국교회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성령님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성령의 선물(오순절 입장에서의 성령세례)에 대한 결과론적인 관심과 집중에 의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와 설교 연구원’이 한국교회와 기독인들에게 성령론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올바르게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는 뜻 깊은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시간에 다룰 주제는 존 스토트의 성령론이다.


2. 저자 소개와 개론


존 스토트는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복음주의자로 위대한 학자인 동시에 설교가이며 저술가이다. 또한 그는 『기독교의 기본진리』, 『그리스도의 십자가』,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로마서 강해』, 『현대사회 문제와 기독교적 답변』 등 수많은 저서들을 남겼다. 그는 복음주의 운동의 대반전으로 평가받는 1974년 로잔 세계 복음화 국제 대회의 로잔언약의 입안자 중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 있는 올 소울즈 교회(All Souls Church)의 교구 목사로 섬기면서 강력하고 혁신적인 목회 사역을 감당했으며, 런던 현대 기독교 연구소(LICC) 소장을 지내면서 IFES(국제 복음주의 학생회, 한국의 IVF) 등에서 폭넓게 활동해 왔다.


존 스토트의 성령론은 한 마디로 중생과 성령세례의 동시성을 강조하며 이후 성령충만을 강조하는 정통적인 개혁주의 성령론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의 성령론을 주장한 외국의 신학자들로는 찰스 핫지(Charles Hodge), 워필드(B.B. Warfield),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iper), 개핀(Richard B. Gaffin)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박형룡이 『신학지남』을 통해 처음 이런 입장을 펼쳤고, 신성종, 김해연 등을 통해서 잇달아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내용 중에는 서철원, 도날드 맥클로우드의 성령론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것이다.


존 스토트의 성령론은 그의 저서인 『성령 세례와 충만』(IVP)을 중심으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존 스토트는 이 책을 쓴 목적에서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긍정적인 진리를 더 분명히 밝혀 그리스도의 풍성한 삶을 누리며, 성령의 열매를 맺고 성령의 은사를 활용해야 하는 우리의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성령님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 역시 그런 관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3. 기본적인 접근 원리


존 스토트는 성령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몇 가지 접근 원리들을 제시한다.

“첫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우리의 공통된 소원과 의무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온전한 목적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성경에서 이 하나님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셋째,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목적은 설명하는 부분에서보다 교훈하는 부분에서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넷째, 성경의 가르침으로부터 하나님의 목적을 배우려고 하는 우리의 동기는 학문적이거나 논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이며 개인적이어야 한다.”


위의 원리는 성령론에 대한 이해 역시 하나님의 뜻 가운데에서 성경을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원리의 경우 부연 설명에서 그 목적을 사도행전의 설화체 본문에서보다 주로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도들의 설교나 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신약 성경이 묘사하는 행습이나 경험이 아니라 분명한 가르침이 주어진 부분으로부터 우리의 믿음과 표준을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도행전 역시 성경의 일부이므로 교리적으로 배제될 수 없다는 주장을 통해 중생과 성령세례를 구분하려 했던 로이드 존스의 입장1)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4. 성령의 약속(성령 세례)


존 스토트의 성령론에 대한 접근은 다양한 이론에 대한 반박보다는 오히려 성경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와 접근을 통해서 성령님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했다.


먼저 그는 중생이 곧 성령의 선물임을 분명히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성령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거듭남으로부터 시작되며, 이 거듭남은 ‘성령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요3:3-8). 또한 “성령이 친히 우리 영으로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거하시는”(롬8:15-16)의 말씀과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다”(롬8:9)라는 바울의 확언이 이것을 증명한다.


문제는 성령의 선물이 곧 성령의 세례와 동일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오순절 운동이 성령의 선물 곧 중생과 성령 세례가 다르다고 보며 구원을 받은 신자가 후에 성령 세례를 받는다고 가르친다. 반면에 존 스토트는 중생은 곧 성령 세례이며, 따라서 구원과 성령 세례는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임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관점에서 성령 세례를 설명한다.


1)성령 세례는 독특한 축복의 약속


성령 세례는 전적으로 신약에만 나오는 표현으로(7회), 구약 성경이 기대해 온 것의 성취라는 것이다. 이것은 오순절에 행한 베드로의 설교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요엘이 약속한) 이 영의 ‘부어 주심’을 (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약속한) 성령의 세례와 동일시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거니와 그는 성령으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시리라”(막1:8)는 세례 요한의 고백 역시 구약의 기대에 대한 성취를 통한 세례자로의 예수님의 독특한 사역을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의 독특한 사역의 또 다른 언급은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요1:29)이다. 이로 보건대 예수님의 특징적인 사역은 이중적인데, 그 사역은 옮겨 버리는 것과 가져다주는 것, 즉 죄를 지고 가는 것과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는 것이다.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사함을 얻으라.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으리니”라는 오순절 베드로의 설교 역시, 죄의 용서와 성령의 선물을 동시에 받게 됨을 확증해 주고 있다. 사도행전 1장과 2장은 ‘성령의 선물’이 ‘성령의 약속’(행1:4; 2:33,39), ‘성령의 세례’(1:5), ‘성령의 부어 주심’(2:17,33)과 동일한 것임을 보여주며, 죄의 용서와 마찬가지로 구원의 복음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시작된 독특한 축복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