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듯싶더니
벌써 깊어가고 있습니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들숨으로 가을을 맛봅니다.
시간의 흐름을 누릴 수 있음은
내가 살아있음의 신비를
누릴 수 있기에 참 좋습니다.
오늘도 기억되지 않는
꿈으로 새벽을 깨웠습니다.
요즘 마음은 단순하다 생각하나
꿈이 많은 걸 보니
실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
가을을 타나 봅니다.
하긴 사계절을 타고 있습니다.
덕분에 나의 새벽은
조금은 알차게 채워지고 있습니다.
어저께는 책장에 우연히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익숙한 책이었습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었습니다
갑자기 호기심이 작동되어
서문을 읽었습니다.
아뿔사!
오래전에 읽었었고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읽고 있던 책들은 제쳐졌습니다.
처음 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참 좋습니다.
나의 믿음의 현주소와
나의 나 됨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가을 소풍을 떠납니다.
여전히 그 길은 새로움을
더할 것이기에 참 좋습니다.
오가는 길이 참 좋고
방형과 마주함이 좋습니다.
방형의 가족을 대함에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아침햇살에 도봉산이 빛납니다.
어제의 도봉산이 아닙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입니다.
가을빛이 조금 눈에 띕니다.
내 마음도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이 신비롭습니다.
방형과 함께 오늘을
지낼 수 있음도 복입니다.
우리 저녁에 만나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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