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예수를 믿은 지 3대째입니다. 할머니가 순천 매산여고에서 선교사님을 통하여 예수님을 만나고 할아버지와 결혼하면서 우리 집안에 예수님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믿음의 며느리를 들이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이후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노년에 10여년을 다시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3대째 예수님을 믿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소원 가운데 하나가 집안에서 목사가 한명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적에 저는 늘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말을 빌자면 말을 하면서부터 나중에 목사가 되겠다고 하였답니다. 그래서인지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였고 한 번도 그 생각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중고등 시절 내내 목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등록금이 없어서 신학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였을 때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망우리에서 종암동까지 걸어오면서 하늘을 향하여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왜 이런 고난을 주시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시간은 꽤 오래 갔습니다. 돈을 벌고 공부하고, 또 돈이 떨어지면 공부 쉬고 그렇게 해서 27살에 다시 신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제가 교수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본인도 대학을 다녔지만 결국 어려운 사정 때문에 학교를 그만 두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6.25로 군대에 들어갔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아들이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들어 갈 수 없다는 사실에 매일 술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그 마음을 알길 없었지만 요즘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등록금 때문에 학교에 지원신청 하면서 마음 한 편이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아버지 시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이 아픈데 그 때 아버지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일을 유독 좋아 하셨던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영어 공부와 일본어 공부(일본에서 유학하셨음)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법대 다니셨기 때문에 일본 법전을 날마다 보셨습니다. 영어, 한국, 한문, 일어 사전을 찾아 가면서 공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공부를 좋아 하셨지만 끝까지 못하였기에 한이 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이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습니까?
며느리를 맞이하면서 하신 말씀이 대학원까지 공부하라고 하신 분입니다. 며느리에게 가정 생활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끝까지 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손자에게 작가가 되기를 그렇게 원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간절한 기도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손자는 책벌레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늘 기도하면서 키우셨습니다. 젊은 날의 아버지는 술로 살았습니다. 폭력은 없었지만 술을 항상 달고 사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늘 외로왔습니다. 당시로는 고등학교를 나오면 지식인에 속하는데 아버지는 대학을 나오지 않음을 아쉽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믿음으로 모든 것을 이겼습니다. 그리고 자녀를 믿음으로 키우려고 애를 쓰셨습니다. 비록 그 열매를 보지 못하셨지만 그래도 기도의 열매는 열렸습니다. 아들이 목사가 되었고, 믿음의 가정을 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로부터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중심적인 신앙을 전수 받고, 어머니로부터 믿음의 삶과 인내의 삶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배웠습니다.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은 저에게 늘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그 모습이 너무 그립고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모두 가까운 곳에 없지만 늘 생각납니다. 부모님이 없었다면 어찌 지금 내가 존재할 까? 하나님께서 참으로 좋은 부모님을 주셨습니다.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안타깝게 여길 수 있겠지만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셨습니다. 고난 받음이 유익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효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지금 나와 함께 호흡하고 계신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 하나님의 선하심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일입니다.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소리가 지금도 안연히 느껴집니다. 이제 아비가 되어 자식 앞에 서 있습니다. 자식의 삶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아들의 마음에 행복한 아버지로 남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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