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진호컬럼

어떻게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가?(1) (빌4:13)

새벽지기1 2017. 7. 15. 08:08


예수님은 감정을 자주, 아니 거의 모든 경우에 외부로 표출하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사역에 더 긍정적인 요소가 되게끔 하셨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오직 성령의 인도를 받아 자신의 소명을 실현하는 데만 충실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어떻게 해야 그분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지 몇몇 성경 구절을 통해 생각해보자.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3)

하나님 대신에 신자가 해야 한다.

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 중의 하나이지만 그 깊은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성경은 반드시 저작된 당시 상황과 앞뒤 문맥을 연결해서 그 의미를 따져야 한다. 많은 신자들이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 자기 편의대로 해석 적용하고 치운다. 이 구절의 뜻도 그래서 잘 믿기만 하면 (다른 말로 열심히 기도만 하면), 자기가 바라는 일은 (다른 말로 자기가 기도 했던 일은) 무엇이든 이뤄진다고 오해한다.  

그럼 결국 신자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이, 의도한 바가 아니지만. 하나님처럼 되겠다는 셈이다. 소원하는 것이 전부 다 이뤄질 수 있다면 사실상 하나님이 된 것이지 않는가? 그렇게 되는 유일한 수단은 자기 믿음에 바탕을 둔 기도다. 이는 온전한 믿음이 아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떼만 쓰면 다 들어주리라 기대하는 것 같은 아주 단세포적 믿음이다. 어쩌면 믿음은 없고 자신의 갈급한 소원과 뜨거운 열정을 믿음으로 오해했을 확률이 더 높다.  

기도의 응답은 오직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에 달렸다. 예수님조차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라고 기도했지 않는가? 신자가 기도했다고 하나님이 다 들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신자의 기도를 통해 당신이 계획하신 역사를 이루실 뿐이다. 다른 말로 오직 신자를 통해서 이 땅을 거룩하게 다스린다는 것이다.  

문자적으로만 따져 봐도 본문에 대한 상투적인 해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분명히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지, “하나님이” 하신다고 하지 않았다. 만약 기도해서 모든 것이 응답되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기도 응답은 신자가 가만히 있는데 하나님이 직접 다 이뤄주기 보다는, 그분께 능력을 받아 정작 신자가 일을 수행해 나가는 방식이다. 겁쟁이 기드온이 담대하게 되어 중과부적인 미디안을 물리칠 때도 직접 전쟁을 치룬 자는 그였지 않는가?

그래서 신자들은 하나님께 환난을 이겨낼 믿음이나, 감정을 절제할 마음의 평강을 달라고, 한 마디로 능력을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본문에선 그런 뜻도 아니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하나님께 능력을 받아서”가 아니다. 하나님은 내게 능력을 주시는 분이며,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그런 하나님 “안에”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보듯이 가뜩이나 논리정연 했던 바울을 들어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한 성경은 참으로 정미하다. 성경이 정미하면 그 대하는 자세도 정미해야 한다. 말하자면 믿음지상주의 - 강한 의지와 뜨거운 정성으로 믿음을 키우면 무슨 일이든 능치 못할 것이 없다고 밀어붙이는 - 식의 접근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이성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하되 자신의 삶에서 실제로 하나님이 섭리하고 계시는 체험과 연결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뜨거운 기도가 필요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자기가 소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열심히 쉬지 말고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기도든 그 응답 되어져가는 모든 과정을 성경 말씀에 비추어 이성적으로 잘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말씀을 묵상하라고 하면 그저 심오하고 거룩한 영적 계시나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 의미만 찾으려 한다. 아니다. 반드시 자신에게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삶과 앞으로 소명자로서 살아가야 할 인생을 성경이 말하는 바, 즉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과 견주어서 따지고 또 따져보라는 것이다. 그 전에 자신의 영적 상태부터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삶과 연결되지 않은 말씀은 단지 종교적 허영에 찬, 나아가 살아있지 않고 죽은 말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