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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오래 살았을까?

새벽지기1 2017. 5. 12. 07:42


누가 오래 살았을까?


일본 춘추전국시대를 호령한 3명의 군인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이들은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인물로, 일본인들의 처세와 경영의 멘토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기묘하게도 동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이들의 성향과 발상이 달라 삶 또한 극명하게 갈렸다.

이 세 사람에 대한 일본인들의 평가는 대체로 이렇다.
노부나가는 쌀을 구해다가 방아를 쿵덕쿵덕 열심히 찧었고,

히데요시는 그것을 물과 적절히 반죽해 먹음직스럽게 구워 냈으며,

이에야스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천하라는 떡을 꿀꺽 삼켰다.


이들의 인생관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전해 온다.

마츠라 세이잔이 발간한 수필집 《카츠시야화》에 소개된 내용이다.

누군가가 꾀꼬리를 선물로 보내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꾀꼬리는 노래를 하지 않았다.

이에 세 사람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노부나가 | 노래하지 않는 꾀꼬리는 죽여 버려야 한다.
히데요시 | 노래하지 않는 꾀꼬리는 노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야스 | 노래하지 않는 꾀꼬리는 노래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노래하지 않는 꾀꼬리는 바라보는 생각만으로도 이 세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있다.

철저하고 냉혹하고 일방적인 리더 노부나가,

자신의 의도대로 모든 것을 추진하려는 권무술수형 리더 히데요시,

상황이 안 풀려도 인내심으로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이에야스.


이에야스는 후손들에게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잊지 마라, 삶에는 지루한 시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 무수히 존재한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두르지 말지어다. 부자유를 일상사로 생각하면 그리 부족한 것은 없는 법.
마음에 욕망이 솟거든 곤궁했을 때를 생각하라.
참고 견딤은 무사장구의 근원이요 노여움은 적이라 생각하라
이기는 것만을 알고 지는 일을 모르면 해가 그 몸에 미친다.
자신을 책하고 남을 책하지 말라. 미치지 못하는 것이 지나친 것보다는 나으니.“


여기에 또 다른 발상으로 꾀꼬리 문제를 접근한 사람이 있었다.
“노래하지 않는다 해도 그 또한 좋은 꾀꼬리.”
파나소닉을 세운 마츠시타 고노스케다.

그의 발상은 유대인 교육 방식의 하나인

‘행동 방침이 두 가지가 있다면 항상 세 번째 방침을 따르라.’ 라는 주장을 떠오르게 한다.

노래를 통해 무장들의 거친 마음을 달래는 꾀꼬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꾀꼬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귀여운 날갯짓과 몸을 감싼 고운 깃털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 꾀꼬리 또한 매력이 있고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영의 신으로 칭송 받는 고노스케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고노스케의 창의적 시각과 발상, 제도권을 벗어난  유연한 사고가 그 이유다.


과연 세 사람 중에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누구일까?
오다 노부나가: 49세 (1534~158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62세(1537~1598년)
도쿠가와 이에야스: 75세(1542~1616년)
전국 시대 당시 일본인의 평균 수명이 40세 정도였다고 한다.

노부나가는 자기 오른팔에 습격을 받고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히데요시는 병들어 죽어 가면서 어린 자식의 앞날이 걱정되어 제대로 눈을 감지 못했다.

이에야스는 일본이 르네상스 시대를 열며 75세까지 살았고,

죽은 뒤에도 신격화되어 일본인에게 추앙받는 대상이 되었다.


출처: 일본의 창의력만 훔쳐라, 김광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