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마지막 주일예배는 오전 10시, 영국 런던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드렸습니다. 운동장만 한 사원내부를 가로질러 제단 앞, 2백 여명도 채 되지 않는 소수의-그것도 거의 노인들만이 앉아 있는 예배석에 앉았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것이 2천년 전 초대교회의 모습이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을 것입니다. 주님의 복음을 만난 소수의 사람들이 예루살렘 대성전의 한 귀퉁이에 모여 지성으로 예배드리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예배는 불행하게도 초대교회의 예배가 아니었습니다. 1천 5백년 동안이나 기독교를 소위 국교로 삼아온 나라의, 가장 상징적이고도 대표적인 최대의 성전에서 드린 예배였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건물의 위용과 크기와 화려함에 비해, 모인 회중의 수가 너무나도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예배의 공식순서 중에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것이 여타 국가의 크리스천들이 자기나라 지도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의 순서라면, 현재 영국을 이끌고 있는 정치지도자 토니 블레어 수상을 위해 기도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교회가 블레어 수상이 아닌, 영국 왕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영국국교인 성공회의 최고 우두머리가 바로 영국의 왕이기 때문입니다.
1534년 영국 왕 헨리 8세는 수장령(Acts of Supremacy)을 제정함으로서, 자신의 이혼을 반대하는 로마 캐톨릭과 공식적으로 결별하였습니다. 수장령의 핵심은, 영국의 왕이 영국교회의 '유일한 최고의 수장(the only Supreme Head)'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헨리 8세의 사후 메리 1세는 로마 캐톨릭 부활정책을 폈고, 그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른 엘리자베스 1세는 그의 아버지였던 헨리 8세가 교회에 대해 취했던 모든 조치들을 회복시키면서, 1559년 의회를 통해 다시 수장령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회의 우두머리인 왕의 호칭이 '유일한 최고의 통치자(the only Supreme Governor)'로 변경되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에도, 영국성공회가 주님을 향해 드리는 공식예배 시간에, 현재의 왕인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입니다. 엘레자베스 여왕은 영국성공회교회의, 현존하는 '유일한 최고의 통치자'인 까닭입니다.
영국 왕실에서 흘러나오는 민망스런 추문들은 차치하고서도,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수장령의 실체를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예배시간 중에 직접 경험하면서,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타당한 일인지, 교회의 참된 수장이요 유일 최고의 통치자는 과연 누구이어야 하는지, 찹찹한 심정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미국의 '하인츠 기념예배당(Heinz Memorial Chapel)'을 연상케 해주었습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는 그 규모의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세계적인 대 기업인을 배출한 도시로 유명합니다. 첫째는 철강왕으로 잘 알려져 있는 카네기(Carnegie)요, 두 번째는 멜론 금융그룹의 창업자 멜론(Mellon)이며, 세 번째 인물은 마요네즈, 토마토 케찹 등을 만들어 전세계를 석권한 '하인츠' 상표의 창시자 헨리 죤 하인츠(H.J. Heinz)입니다. 이 세 사람은 세계적인 대 기업인으로 대성한 이후에,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고향인 피츠버그에 극장,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을 건축하여 기증하였습니다. 그래서 피츠버그의 웬만한 건물 앞에선, 어김없이 이들 이름이 새겨진 증정비를 발견할 정도입니다. 그 기념 건축물들 중의 하나가 바로 '하인츠 기념 예배당'입니다.
1919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하인츠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어머니인 '아나 마가레타 하인츠(Anna MargarettaHeinz)'를 위해 예배당을 건립하라는 유언을 자식들에게 남겼습니다. 이에 자식들은 피츠버그 대학 캠퍼스 내에 5년에 걸친 대 공사 끝에 자신들의 부친과 할머니를 위한 대 예배당을 완공하고, 그 이름을 '하인츠 기념예배당'이라 붙였습니다. 그 이후, 그림처럼 아름다운 그 예배당은 피츠버그 대학의 상징물 중 하나로 손꼽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예배당을 직접 찾아가 그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심지어는 교회 안내서에서까지도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볼 길은 없었습니다. 오직 보이는 것이라곤 '하인츠'와 그 가족들의 이름과 흔적밖에 없습니다. 물론 거기에도 목사가 있고 주일마다 예배가 드려지곤 있지만, 그러나 어느 모로 보아도 그 예배당은 이름 그 대로, 주님과는 전혀 무관한, 단지 인간 하인츠를 기념하는 하인츠의 예배당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하인츠 예배당을 찾던 날 역시, 마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이 두 가지의 예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교회의 실상이 어떠한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대신에, 특정인간이 교회의 수장이 되어 있는 오늘날 대부분의 교회 말입니다. 지금 지구의 한편에선 궁궐보다 더 큰 예배당들이 텅 빈 채 역사의 유물로만 남아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선 교회에 사람들이 차고 넘치긴 하지만 그러나 그 속에는, 교회 밖 세상보다 더 추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있습니다. 어느 편이든 그 본질적 이유는 인간이,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임이 자명합니다.
오늘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버가로부터 지나 비시디아 안디옥에 이르러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앉으니라. 율법과 선지자의 글을 읽은 후에 회당장들이 사람을 보내어 물어 가로되 형제들아 만일 백성을 권할 말이 있거든 말하라 하니, 바울이 일어나 손짓하며 말하되 이스라엘 사람들과 및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아 들으라'(14-16)
험산준령의 타우로스 산맥을 넘어 비시디아 안디옥에 이른 바울 일행은, 안식일이 돌아오자 구브로 섬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지의 회당을 찾았습니다. 물론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마침 바울 일행을 발견한 회당장들이 바울에게 강론을 요청하자 바울이 그 즉석에서 응한 바, 그 설교내용을 본문 17절-22절이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이스라엘 백성의 하나님이 우리 조상들을 택하시고,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된 그 백성을 높여 큰 권능으로 인도하여 내사 광야에서 약 40년간 저희 소행을 참으시고, 가나안 땅 일곱 족속을 멸하사 그 땅을 기업으로 주시고(약4백5십 년간), 그 후에 선지자 사무엘 때까지 사사를 주셨더니, 그 후에 저희가 왕을 구하거늘 하나님이 베냐민 지파 사람 기스의 아들 사울을 4십 년간 주셨다가 폐하시고,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고 증거하여 가라사대,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게 하리라 하시더니'
하나님을 주어로 삼고 있는 이 설교문에 동원된 동사들을, 각각 주어와 바로 연결하여 따로 떼어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이 택하시고/ 하나님이 높이시고/ 하나님이 인도하여 내시고/ 하나님이 참으시고/ 하나님이 멸하시고/ 하나님이 주시고/ 하나님이 폐하시고/ 하나님이 세우시고/ 하나님이 이루게 하리라 하시고
이처럼 인간의 삶을,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은 인간자신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는 바울의 설교는 23절에서 그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이 사람의 씨에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구주를 세우셨으니 곧 예수라'
바로 그 역사의 주관자께서 죄인인 인간을 위한 구원자로 보내주신 이가 곧 예수시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 사실을 말로만 전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구원자이신 예수-성자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일평생을 바쳤습니다. 그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입은, 가장 확실한 증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서 대속의 피를 흘려주시고 사흘만에 죽음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바울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 이후 그는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웠지만, 자신이 교회의 머리가 되기 위함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직 교회의 '유일한 최고의 수장'이시오, '유일한 최고의 통치자' 되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경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교회는 구원의 집이요, 구원의 원천은 죄인인 인간이 아니라,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뿐이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이 스스로 머리된 오늘날의 교회는 진정한 교회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관습과 이념 그리고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일 수는 있을지언정, 인간의 영혼을 살려내는 생명의 운동장일 수는 없습니다. 길어야 고작 7-80년 살다가 공동묘지의 흙으로 사라져버릴 인간 속엔, 어떤 경우에도 참된 생명이 있을 수 없습니다. 생명은 오직 영원한 생명이신 하나님으로부터만 흘러납니다.
우리가 이곳으로 예배처소를 옮기기 전인 지난 6월 마지막 주일, 수년 동안 빌어 사용하던 오비브(Eaux-Vives)교회 예배당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날 오비브교회의 담임이신 필립 레이몽(Philip Raymond) 목사님께서 행하신 작별 인사말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여기, 제네바에 있는 스위스 개신교회는, 제네바한인교회의 여러분들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통해 복음의 살아 움직이는 능력을 재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충격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스위스교회의 식어버린 열정을 보고서 말입니다. 지구의 한쪽에서 떠오른 태양은 지구의 또 다른 편으로 져버립니다. 제네바한인교회가 동터오는 새날의 약속 가운데 있다면, 오늘날의 스위스교회는 마치 바닷가의 돌멩이가 파도에 의해 모래로 씻겨 내리듯 쇠퇴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의욕을 되찾기 위해, 제네바한인교회 여러분들의 실례를 필요로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젊고 건장한 교회인 여러분들이, 이미 지치고 메말라버린 우리를 기도로 인도해주어야만 합니다.
여러분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 우리에게 빛의 발자취를 남겨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것은 고별 메시지의 일부이기에 다분히 의례적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속에 진실이 담겨있다면, 그래서 스위스의 교회들이 우리를 정말 조금이라도 주목하고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제네바한인교회의 '유일한 최고의 수장' '유일한 최고의 통치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을 계시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이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3년 전 제가 이곳에 올 때, 주님께서 제게 부여하신 역할은 교회의 터를 닦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만을 유일한 최고의 수장으로 삼는 든든한 교회의 터전을, 주님의 말씀 위에서 닦는 인부의 역할 말입니다.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말씀을 배워가면서, 어느 누구도 특정인간이 교회의 주인이 되려는 잘못을 범할 수 없도록 규칙을 제정하고 제도를 만들어 왔던 것은, 오직 주님만이 유일한 최고의 통치자가 되시는 교회의 본질을 바르게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교회의 머리되시는 주님 안에서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은, 주님을 위함이기 이전에 먼저 우리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인간이 머리된 교회란 결국 인간의 유한함 속에 갇혀 있기에, 그 속에선 영원한 생명이 솟아날 리가 만무한 까닭입니다.
감사하게도 주님께서 친히 제네바한인교회의 터전을 견고하게 닦아주셨습니다. 교회의 통합, 교회재정의 독립, 운영위원회제의 확립, 선교방향 설정, 한인회 발족, 정기 한인음악회 개최, 입양한인을 위한 한글학교 개설 등은 모두 주님께서 닦아주신 터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표어는 '지어져 가라'로 정해졌습니다. 교회란 건물이 아니라 주님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주님께서 닦아주신 터전 위에서 우리 각자 주님을 머리로 모신 바른 교회로 지어지기 위함입니다.
에베소서 2장 20절-22절이 다음과 같이 증거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락하여 주안에서 성전이 되어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하나님의 성전은 결코 벽돌로 지어지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도처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유럽의 대 성전들이 오늘날처럼 공동화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자신이 성전으로 지어져 가는 것 이외에 참된 성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3년에 걸친 터닦는 인부의 소임을 마치고, 이제 저는 사랑하는 여러분의 곁을 떠납니다. 정든 사람들과 영영 헤어진다는 것은 언제나, 생각보단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 집을 지을 새로운 인부가 왔기에, 터닦는 인부의 역할을 마친 저는 마음놓고 여러분께 작별을 고합니다. 수년 동안 저와 더불어 동역했던 정한조 목사님은, 저보다 훨씬 젊고 유능한 그리스도의 인부입니다. 옛 사역지에서, 주일저녁이나 새벽 기도회 시간에 선포되는 정목사님의 메시지는 늘 제게 깊은 깨달음과 통찰력을 주곤 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많이 아래지만, 영성은 제가 넘볼 수 없을 만큼 깊은 분입니다. 이처럼 훌륭한 인부를 허락하신 것은, 주님께서 제네바한인교회에 베풀어주신 특별한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 여러분들께서 이 믿음직스런 인부와 함께 주님 안에서, 주님만을 유일한 최고의 수장으로 삼는 진정한 교회로 든든하게, 날로 지어져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바로 여기에 여러분들께서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제네바한인교회에 관한 한, 저는 지나간 3년에 국한하여 주님의 쓰임을 받았던 과거의 인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 현직인부가 아니란 말입니다. 과거란 단지 현재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발판일 뿐, 어떤 경우에도 과거가 현재 혹은 미래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3년 동안 제정되었거나 시행되어 왔던 그 무엇도, 언제든지 폐기되고 변경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나 주님만을 교회의 유일한 최고의 수장이요, 통치자로 모시려는 정신입니다. 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실시해 왔지만, 그러나 그것은 과거를 위한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간은 과거에 멈춤이 없습니다. 시간은 언제나 오늘을 거쳐 미래를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그리고 미래에, 본질적 정신을 지키는데 장애가 된다면, 과거의 것은 언제나 뜯어고쳐질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이 교회의 머리되는 우를 범치 않고, 주님의 교회를 주님의 교회되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리고 그때에만 우리는, 과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그릇된 제도나 관습을 절대시하여, 인간을 지상의 하나님으로 모시고 있는 로마 캐톨릭이나, 왕을 교회의 유일한 최고 통치자로 삼고 있는 영국의 성공회, 혹은 재벌을 교회의 머리로 세운 하인츠교회의 우를 답습치 않는, 진정한 프로테스탄트가 될 수 없습니다.
옛 사역지에서 저는 젊은 동역자들에게, '나를 닮으려 하지 말고 나를 딛고 나를 뛰어 너머라'고 당부하곤 했습니다. 지극히 유한하고 부족한 저를 닮아 본들, 고작 정체(停滯) 이상의 무슨 유익이나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를 딛고 저를 뛰어 넘을 때에만 그 자신과 더불어, 그들이 책임질 미래의 교회가 성숙해지지 않겠습니까?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저를 딛고 뛰어 너머야 할 정한조 목사님을 도와주십시오. 저와 함께 한 과거에 얽매임이 없이, 그 과거를 발판으로 삼아 과거를 딛고, 정 목사님과 함께 주님 안에서, 오직 주님만을 유일한 최고의 수장으로 삼는 진정한 성전으로 지어져 가십시오. 비록 벽돌로 된 성전을 소유치 못하고 숫자가 많지 않을지라도, 오비브교회 레이몽 목사님의 지적처럼, 제네바한인교회는 스위스에서뿐만 아니라, 영적으로 황폐화한 전 유럽에 말씀의 능력을 증거하는 빛의 발자국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제네바한인교회가 유일한 최고의 통치자로 모시고 있는 주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히 부활하신,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맡기신 터닦는 인부의 역할을 마치고, 이제 저는 정든 교우님들의 곁을 떠납니다. 3년에 걸친 터닦는 기간 중, 혹 저의 미숙함으로 인해 실족커나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이 부족한 죄인을 용서해주시고, 주님께서 사랑의 손길로 그분들을 치유하여 주십시오. 그 동안 부족한 종을 도와주셨던, 모든 교우님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은총을 내려주십시오. 주님께서 믿으시고, 오래 전부터 친히 훈련시켜오신 정 목사님을, 집을 지을 새로운 인부로 보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정 목사님과 온 교우님들이 함께 주님 안에서, 오직 주님만을 유일한 최고의 수장으로 삼는, 진정한 성전으로 지어져 가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유럽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제네바한인교회가, 온 유럽에 영원한 진리와 생명을 발하는, 이 시대의 참된 주님의 교회가 되게 해주십시오.-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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