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이만큼이라도

새벽지기1 2017. 3. 22. 08:40


인간은 모두 개인이다.

그것도 아주 독특한 개인, 대체가 불가능한 개인이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개인이 아니다.

인간은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이고, 누군가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누군가의 제자이자 스승으로 존재하지 개인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모두 독립된 주체다.

자유로운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독립된 주체,

하나님의 말씀 외에는 그 무엇의 지배에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신성한 주체,

사람 위에 사람 있을 수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있을 수 없는 지존의 주체다.

하지만 인간은 독립된 주체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너에게 묶이고 우리와 연루되어 있는 서로주체로 존재하지

너와 우리로부터 자유로운 개별주체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인간이란 이처럼 개인이면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고,

독립된 주체이면서 독립된 주체로 존재할 수 없는 참으로 모호하고 복잡한 존재다.

존재론적 긴장과 내적인 긴장은 말할 것도 없고 관계론적 긴장 또한 피할 수 없는 존재다.

더욱이 인간은 만물 중에서도 자유의 욕구가 가장 큰 종족이다.

하루도 공기 없이 살 수 없듯 자유 없이도 살 수 없다.

하여, 만인은 자유를 요구한다. 살기 위해 자유를 요구한다.

그런데 만인이 요구하는 자유는 반드시 만인의 자유와 충돌한다.

나의 자유가 너의 자유를 가로막고, 나의 자유와 너의 자유가 충돌하고,

나의 자유와 너의 자유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그러니 인간 사회가 얼마나 복잡하고 시끄럽겠는가?

개인의 존재와 위상만 해도 이토록 모호하고 복잡하고 모순투성이인데

이런 개인과 개인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얼마나 복잡하고 시끄럽겠는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이만큼이라도 세상이 굴러가고 있다는 게 기이하고 놀랍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기심과 오만으로 가득한 인간들이 얽키고설켜 살아가는데도

끊임없이 사랑이 싹트고 선의가 작동한다는 게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이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굴러가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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