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 (19)예배와 하이테크 멀티미디어

새벽지기1 2016. 9. 13. 07:49


미디어, 예배 갱신 선한 도구돼야 

 

  
 ▲ 신국원 교수 

하이테크가 일상을 지배하는 오늘날, 예배에서도 멀티미디어가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어느 교회나 예배당 전면에는 예외 없이 커다란 스크린이 걸려있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스크린은 스테인드글라스며 십자가요 신세대를 위한 성경”이란 말은 이미 멀티미디어가 얼마나 예배에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저처럼 예배당 안에 십자가조차 걸지 않았던 교회에서 자라난 이들은 이런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이테크 예배의 장점

멀티미디어의 장점은 각종 시청각 프레젠테이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광고에는 그만큼 강력한 도구가 없습니다. 절기나 행사에 부합되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띄워 예배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 설교 중 성경본문을 보여 주고 핵심어구 띄우고 예화 대신 비디오 클립과 뮤직 비디오를 통해 메시지 전달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대형집회의 경우 설교자의 모습을 확대해서 투영하는 일은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설교자의 얼굴 표정이나 몸놀림을 통한 의사전달을 보고 느낄 수가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찬송의 가사를 스크린에 투사하면 손을 들거나 손뼉을 치며 활기차게 찬양해 예배 경험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과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는 일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예배학자는 멀티미디어가 “오감 작용에 의한 풍부한 이해와 감성을 경험하도록 배려하는 예배로 전환”을 가능케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와 교제와 대화를 느끼고 경험”하는 전인적 예배가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성례전이 온몸으로 은혜를 체험케 해주듯 멀티미디어가 예배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이테크 예배의 문제점

물론 멀티미디어의 잘못된 사용은 예배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서투른 경우엔 문제가 심화됩니다. 주제가 분명히 드러나지 못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산만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최고로 작동되었을 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이외의 다른 무엇이 주목을 끄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첨단 멀티미디어 기술의 과도한 사용은 예배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조작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예배당에서 강력한 미디어를 동원하여 열정적으로 찬양하고 흥미로운 설교를 하면 효과적인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억 원을 들여 제작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음을 생각해보십시오. 화려한 기술의 사용이 예배를 은혜롭게 만들고 진리를 드러내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교회마다 멀티미디어를 예배에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값비싼 장비와 기술이 예배를 방해하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특히 오용되거나 남용된 멀티미디어는 교회를 자칫 공동체가 아닌 수동적인 관객 또는 구경꾼 군중으로 만드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찬양팀이나 반주가 너무 요란할 경우 회중의 찬양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디어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숙고하지 않고 예배에 차용하거나 분별력 없이 남용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우매일 수 있습니다.


하이테크 예배의 변혁

  
 ▲ 일러스트=강인춘 

물론 기술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유익한 것만은 아니므로 목회적 분별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색다른 예배의 기획이나 기술을 통해 성령의 역사를 유도하거나 만들어 내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성령의 역사에 도구가 사용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예배가 기술적으로 훌륭했다는 찬사 대신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도와주어 감사했다는 말을 듣도록 해야 합니다.


미디어가 단순한 도구 이상이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모든 미디어는 편향성이 있어 각기 전달하기 적합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시각적 미디어는 청각 미디어보다 훨씬 감성적 호소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메시지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미디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고난주간보다는 부활절이 하이테크 멀티미디어를 사용한 시각적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활용함에 더욱 적절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난주간과 같은 절기는 화려한 기술보다는 절제와 묵상과 침묵이 더욱 부합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첨단 멀티미디어가 영감 가득한 예배를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더 선할 수 없습니다. 부흥의 기술은 없습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뛰어난 ‘미디어’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는 회개와 진정한 예배의 갱신입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