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 (20)영상문화 교육

새벽지기1 2016. 9. 16. 09:21


상문화 올바로 읽는 ‘눈’ 가르쳐야


  
 ▲ 신국원 교수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는데 익숙해진 유치원생 꼬마가 그림책을 보다 이렇게 불평을 하더랍니다. “엄마, 이 개구리는 암만 눌러도 안 움직여! 재미없어!” 두 살배기 젖먹이 동생은 악을 쓰며 울다가도 영상을 틀어 주면 뚝 그친답니다. 이쯤 되면 이 아이들은 이미 영상문화에 무분별하게 길들여져 가는 중이 아닌지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미디어교육은 청소년이 아니라 훨씬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영상문화의 오락적 교육적 기능

영상문화는 오늘날 광고, 뉴스,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문화의 중심은 오락에 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과 공부에 지친 상황에서 능동적인 취미생활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은 쉽고 수고를 요구하지 않는 수동적 오락 위주의 영상문화를 대세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상업적 영상문화는 교육은 물론이고 정보보다 오락에 크게 치우쳐있습니다.


물론 오락적 영상문화는 위로와 쾌락을 주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에 필수적인 정체성이나 친밀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나 TV 드라마는 사람이 무엇이냐를 규정하는 ‘정체성’(identity) 정립과 삶의 의미 탐구를 돕습니다. 또 마치 가족이나 친구처럼 ‘친밀감’(intimacy)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영상문화는 이런 기능을 통해 한 사회가 신봉하는 이념과 가치체계를 확립하는 일을 합니다. 세계관을 유포하고 사회변혁의 도구 역할도 합니다. 과거 공산진영에서 만든 선전영화들이 이데올로기 주입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영상문화는 공식적인 교육자가 아니지만 의상과 유행, 가치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소위 ‘유사부모와 유사교사’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영상문화의 피상성

이렇듯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상문화가 거의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을 만드는데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상업화된 문화는 쉽고 재미있어야 하기에 내용이 가벼워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대중적 취향에 맞추어 만드는 영상문화들은 이미지와 음악을 통한 감성적 소통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요즈음 영상문화는 포스트모던적 분위기로 인해 메시지나 중심 줄거리가 약해지고 시각효과만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속도나 이미지의 진행이 빨라지고 파편화하는 것은 이른바 미니멀니즘(minimalism) 탓입니다. 이는 이야기를 최소화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느낌과 분위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포스트모던적 기법 중 하나입니다.

이 기법은 본래 문학에서 개발된 것이지만 영상문화에서도 특히 널리 사용되고 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영상의 강점은 직접성과 명료성에 있습니다. 과연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 할 만큼 영상에 나타난 정보나 이미지는 분명합니다. 한편 영상을 통한 의사소통은 감성적이며 외향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모든 것이 눈에 포착되고 즉시 느껴지는 외면적 표현에 국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상문화에 대한 미디어교육

  
 ▲ 일러스트=강인춘 

영상문화가 현대인의 정신적 자양의 주된 공급원이라는 점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영상문화가 문자와 음성문화를 대체하게 되면 “반지성주의, 상대주의, 그리고 피상성이 걷잡을 수 없이 증대될 것”이라는 염려는 기우가 아닙니다. 영상이 상상력과 사고를 위축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이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상문화는 말보다는 이미지를, 그리고 논리보다는 감성을 앞세우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시각을 중시하는 우리 시대의 삶은 전 영역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영상문화에 조율되어 있습니다. 더욱 우려할 만한 것은 이에 처음 노출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현실과 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연령층에 미칠 폐해를 심각히 고려해야 합니다. 영상문화를 바로 대하는 자세와 메시지를 해독할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일찍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른 영상문화를 정립하고 제대로 해독할 능력을 가르칠 책임은 국가, 사회,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교육이 그렇지만 영상문화에 대한 교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가정과 부모에게 있습니다. 영상문화의 속성을 이해하고, 영상문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바른 인식에 입각해서 올바르게 사용하는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교회도 성도들이 어린 시절부터 성경의 안목을 통해 영상문화를 바라보는 지혜와 분별력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