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이승구교수

예배당(堂)은 다르나 모두가 하나의 교회” / 이승구 교수

새벽지기1 2016. 7. 13. 12:49


예배당(堂)은 다르나 모두가 하나의 교회”

[교회 연합을 위한 신학자 인터뷰②] 합동신대 이승구 교수 [2009-03-09 07:04]

칼빈 탄생 5백주년을 맞은 올해, 장로교 신학의 아버지격인 칼빈을 기념하면서 그의 근엄한 얼굴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한국교회, 특히 신학자들이 그의 업적을 기념하고, 그의 정신을 오늘날 재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유독 반짝인다. 칼빈이라는 ‘공통분모’로 장로교의 연합을 이루자는 것이다. 어쩌면 진부할지 모르는 이 화두에서 빛을 본 건, ‘분열’이라는 두 글자가, 기독교는 물론 사회 전체에서 그 어떤 수많은 글자의 치료법으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올해는 특히 그렇다.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이 때, 한국교회 연합을 모색하기 위해 신학자들을 만난다. 학자들 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혜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몇 글자만 더 보태면 혹 그 ‘두 글자’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두 번째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조직신학)를 인터뷰했다.

▲이승구 교수는 교회의 연합을 논함에 있어,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과연 성경을 전적으로 믿는가를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최우철 기자

 

“연합은 성경 전적으로 믿는다는 데서 출발”
“하나님나라 극치 되면 교단 구별 없어질 것”

신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신학대 교수를 꼽으라면, 아마 몇몇 사람의 입에서 이승구 라는 이름이 나올지 모른다. 그는 전문적인 학술대회는 물론, 평신도들을 위한 다소 ‘친근한’ 신학 세미나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학문으로써의 신학, 그것을 즐기고 그것으로부터의 깨달음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 삶에 부?이상과 현실의 중재자 역할”을 해내는 신학자가 되는 것.

그와 함께 ‘교회의 연합’이라는 대(大)주제와 한참을 씨름했다.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고간 뒤 이 교수는 “그러나 교회가 신학자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평신도들의 눈과 귀가 다른 데로 너무 쏠렸다는 말인데, 눈의 문제는 봐야 할 책을 보지 않는다는 데 있고, 귀의 문제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에게만 지나치게 기울져 있다는 데 있다. 다음은 ‘신학자’의 말(귀의 문제)을 글(눈의 문제)로 옮긴 것이다.

 

-왜 복음주의 교회는 ‘에큐메니즘’이라는 단어에 민감한가.

“오해다. 지극히 보수 신학자인 코넬리우스 반틸은 성경적 에큐메니즘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한국 신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에큐메니즘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회의 연합을 소홀히 다룬다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다.”

 

-그렇다면 왜 ‘에큐메니즘’이라는 단어는 진보 교회의 전유물처럼 돼 버렸나.

“20세기 초 에큐메니컬 운동이 시작됐을 때, 그 핵심 모토는 교회의 ‘기구적 일치’를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교단의 구별 없이, 제도적으로 일치된 하나의 교회만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인도는 ‘처치 오브 인디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모든 교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되려면 각 교단의 교리적 차이가 극복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예배의식의 통일’이라는 대안을 모색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성경을 ‘부분적으로 믿는’ 이들과의 연합도 추진하게 됐다. 복음주의 교회는 이에 반대한 것이다. 복음주의 교회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각과는 다른 의미를 내포한 ‘에큐메니즘’이라는 단어에 자연히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복음주의 교회 입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성경의 모든 말씀을 진정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가’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교회의 연합도 이 토대 위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WCC를 포함한 소위 진보 교회는 성경을 ‘부분적으로 믿는’ 이들도 에큐메니즘, 즉 ‘교회 연합’이라는 테두리 안에 넣고 있다. 이는 분명 잘못이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성경’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그는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이, 교회 연합을 말하면서, 성경을 믿지만 부분적으로 믿는 이들까지도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복음주의 교회가 말하는 ‘성경적’ 교회 연합은 성경을 전적으로 믿는 이들에 한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확고부동한 생각이다.


따라서 이러한 복음주의 입장을 견지한다면, 교회를 나누는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를 말할 수 없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진보 교회 안에는 성경을 부분적으로 믿는 이들도 있는데 그들까지 교회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교회를 나누는 기준으로 보수냐 진보냐 하는 것보다 성경을 ‘전적으로’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하는 것이 연합을 논하는 데 더 적절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성경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는 이 교수의 입장을 전제하면서)한국에는 여러 교단이 존재한다. 그들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성경을 믿고 기본적인 믿음의 고백이 일치한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이 끝까지 존재한다는 것은 아니다. 쉽게 예를 들어, 하나님의 나라가 극치에 달했을 때도 과연 장로교와 침례교의 구별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보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안고서, 다양성 가운데 합일을 이뤄가는 과정이다.”

“박윤선 목사님께도 귀 기울이지 않던데…”

▲“사람들이 신학자의 말에 잘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고 박윤선 목사님을 예로 들었다. ⓒ최우철 기자

-가장 많은 분열을 겪은 곳은 장로교일 것이다.

“교회의 연합을 논의하면서 우선적으로 장로교의 연합을 말하는 것이 아마 가장 현실적이다. 사실 장로교의 분열 앞에서 다양성이라는 긍정론을 내세우기는 무리다. 정치적 문제 등 여러 비성경적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장로교는 스스로 한국의 장자교단임을 말하기 앞서 부담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대안이 있을까.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학자, 목회자, 평신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예배당(堂)은 여럿일 수 있으나 우리 모두는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는 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것이 성경적 교회 연합의 핵심인데, 결국 성경에서 떠난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성경을 통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

이 부분에서 이 교수는 “교회가 신학자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하나님을 믿는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신학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신학자를 비롯한 목회자, 평신도 모두를 일컫는다.)은 참된 신학자의 글(혹은 책)을 찾지 않고, 대형교회 목회자의 말에 더 귀 기울인다.

“박윤선 목사님을 아는가?” 이 교수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박윤선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말했다(고 박윤선 목사는 분열과 교권으로 신음하는 한국교회의 쇄신에 앞장선 개혁신학자로, 한국교회의 학문적 성취가 일천하던 시기, 평생토록 성경 전권을 주석해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편집자 주). “박 목사님 같은 존경받는 신학자의 말에도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하물며 그와 같은 신학자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져 가는 지금, 신학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낮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개교회주의는 한국교회 비판의 주요 화두였다. 요즘 독립교회도 늘고 있는데.

“개교회주의도 극복해야 하고, 당연히 독립교회도 잘못된 것이다. 성경에도 분명히 제도적 교회의 틀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개교회주의 역시 진정한 신앙의 부재에서 온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나를 정말 교회의 한 일원으로 생각한다면 다른 교회, 다른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개교회주의가 생겨날래야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해답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 교회를 나누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사회참여’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적용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3·1절 만세운동을 그 예로 들었는데, 당시 만세운동에는 소위 보수 기독교인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연합은 각자의 차이를 뚜렷이 아는 데서 출발하기에 그의 설명을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교회나 기관의 이름으로 사회참여를 외치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기독교인 각자가 스스로 사회참여에 대한 의식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3·1절 만세운동에서 그 정신이 대표적으로 표출됐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나라와 사회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승구 교수는

총신대학교 기독교 교육과(B.A.)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M.Ed.)
합동신학원(M.Div.)
영국 The University of St.Andrews(M.Pill)
영국 The University of St.Andrews(Ph.D.)
현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크리스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