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믿음(sola fide): 매우 위험한 교리
오직 믿음을 강조한 종교개혁의 가르침은 아주 위험한 교리이다. 남용될 가능성이 많은 교리이다. 오직이란 말은 인간의
모든 선행과 의로움을 칭의(하나님께 의롭다 하심을 받음)의 조건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는 의미이다. 믿기 전의 의로움 뿐
아니라 믿은 후 하나님의 은혜로 거룩하게 산 것도 칭의의 조건이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신자의 탁월한 거룩함도
불완전하기에 하나님께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있는 공로적인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오직이란 말은 인간의 모든 의로움
을 칭의의 조건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예수님의 의로움만이 칭의의 유일한 근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칭의의 근거는
우리 안에는 전혀 없고 오직 예수님 안에 있다는 말이다. 결국 오직 믿음이란 오직 예수님, 오직 예수님의 의로움만 의지한
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자는 아무리 높은 경건의 경지에 이르렀을지라도 자신의 거룩함을 의지해서는 한 순간도 주님 앞에 설수 없고
오직 타자의 의로움, 외래적인 의로움, 즉 예수님이 죄인의 대리자로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완전한 의로움을 의지해서만 주
님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신자가 연약해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했을지라도 자신 밖에서 이루어진 완전한 의
로움을 의지해서 주님 앞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매일, 매주 이렇게 반복되는 죄와 쓰러짐 속에서 주
님의 온전하신 의로움밖에 의지할 것이 없는 가련한 존재로 주님 앞에 나아간다. 우리 중 누가 하루라도 십자가의 은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신자는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와 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은
혜의 반석위에 서있다. 이런 종교개혁의 칭의론은 자신의 연약함으로 인해 신음하는 교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위로를 안
겨준다.
그러나 우리가 연약하여 계속 쓰러져도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안에 있다는 진리는 우리를 방종과 나태에 빠지
게 할 수 있다. 오직 믿음의 교리는 남용될 가능성이 많은 아주 위험한 교리이다. 하나님 앞에 바르게 살지 않으면 구원을
잃어버릴 수 있고 버림받고 심판받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율법의 원리, 행위의 원리는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 교인들에게
율법의 두려움을 심어주어 그들이 방종하지 않고 열심을 내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 이런 면에서 믿음의 원리는 위험하지
만 율법의 원리는 안전한 것 같다. 남용의 위험성도 없다. 그러니 오직 믿음의 원리보다 율법의 원리를 강조하는 교회들
이 많다. 율법의 원리가 교인들의 헌신과 열심을 더 쉽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한국교회에 보편화되어있는 일천번제 헌금이다. 십일조 같은 일반 헌금과 별도로 일정 금액을 작정하여 일천
번 헌금을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식으로 공을 쌓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혈관 속에 깊숙이 흐르고 있는 무속신앙, 샤
만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는 믿음의 원리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행위의 원리, 율법의 원리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면 헌금
은 확실히 많이 나온다. 그러나 믿음의 원리는 많은 교인들에 게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헌금을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게 하면 헌금은 적게 나온다. 율법의 두려움과 보상의 심리를 자극하여 교인들을 몰아가면 헌금과 전도에도 열심인데
믿음과 은혜의 원리를 강조하면 어떤 교인들은 꾀를 내 헌금을 잘 안한다. 그래도 목사는 율법의 편법을 동원하여 교인들
의 열심을 부추기는 속성과를 택하지 말고 느리더라도 우직하게 믿음의 원리를 따라 목회를 해야 한다. 교인들이 복음의
은혜를 깨달고 두려움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아니라 감사함과 자원하는 마음으로 헌신하기까지 오래 참고 기다려야 한
다.
믿음과 은혜의 원리를 남용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다. 설교자의 황제라고 불리는 스펄전은 하나님의 큰 사랑과
은혜를 남용하는 것은 마귀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주일 설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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