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학단상

깃들 곳(막 4:32)

새벽지기1 2023. 6. 22. 05:26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나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 (막 4:32)

신약학자들의 일부 견해에 따르면 오늘 본문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교회가 비록 작은 공동체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세상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들었으며, 또한 모여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기독교는 지금 큰 나무와 같습니다. 유럽의 기독교가 아무리 쇄락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종교이며, 남북 아메리카도 개신교와 가톨릭이 중심 종교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상황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기독교가 큰 나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이미 큰 나무로 자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주춤했지만, 그리고 개별 교회의 편차가 심하긴 하지면 전체적으로 8백만 명 정도가 개신교 교인들이고 5백만 명 정도가 로마 가톨릭 교인들이라는 건 기독교의 힘이 한국사회 안에서 막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기독교라는 나무에 새들이 깃들어 쉴 수 있게 하는 것이겠지요. 나무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한 작업보다는 나무의 그늘을 만드는 일이 더 시급하고도 본질적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우선 영성의 심화가 중요합니다. 신학적인 깊이와 생명 운동의 실천이 어우러지는 영성이 심화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와서 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을 위해서 신자들이 거룩성을 경험할 수 있는 예전과 교회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에 근거해서 소수자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해야겠지요.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동정심이나 시혜가 아니라 기독교 영성의 존재론적 근거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이 쉴 수 있는 영적인 그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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