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학단상

백배의 은총(막 4:20)

새벽지기1 2022. 10. 12. 06:46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곧 말씀을 듣고 받아 삼십 배나 육십 배나 백배의 결실을 하는 자니라.'(막 4:20)

20절 말씀은 8절 말씀의 반복입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무슨 이유로 이 비유를 반복하고 있을까요? 1-8절과 13-20절은 거의 똑같은 내용의 반복입니다. 앞 구절의 내용은 단순한 비유이고 뒤 구절은 그것에 대한 해명이라고 하지만 독자들의 눈에는 그런 차이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기껏 해봐야 ‘씨’가 ‘말씀’으로 바뀐다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몇 단어가 첨가될 뿐입니다. 8절과 20절 말씀도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양쪽 모두 좋은 땅에 떨어져서 삼십 배, 육십 배, 백배의 결실을 맺었다고 합니다. 씨를 말씀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렇게 긴 구절을 똑같이 반복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합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문제는 신약학자들의 몫이겠지요. 개인적인 상상력으로 한 마디 한다면, 씨와 말씀이라는 이 비교가 그 당시에 매우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말씀은 곧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요한복음에도 말씀인 로고스는 빛이신 예수님을 가리켰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독자들에게는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어도 반복적으로 설명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 비유에는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가복음 공동체만의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지 좋은 땅에 뿌려진 씨, 곧 말씀이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습니다. 복음에는 바로 이런 능력이 있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복음은 ‘로또’입니다. 모험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비슷합니다. 물론 복음은 진정한 의미에서 모험이지만 로또는 요행에 불과하겠지요. 복음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씨 하나로 백 알을 얻듯이 우리에게 생명의 풍요로움을 허락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미 오늘 우리의 삶에는 그런 풍요로움의 은총이 담겨있습니다. 백배의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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