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동식목사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새벽지기1 2019. 1. 15. 11:30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의 도둑, 99%의 위기”라는 구호와 함께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자는 미국 젊은 세대와 몰락한 중산층의 외침은 무섭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이 운동은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 여의도 금융가를 점령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번 시위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복종 운동입니다.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세계 경제는 매우 불평등하게 되었습니다. 계층 간의 격차는 말이 갈 수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1800만원 하는 호텔에서 잠을 자고, 1년에 회비가 1억이 되는 병원에 다니는 부자가 있는 반면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휴학하는 학생이 있고, 같은 시간을 근무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하에 88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단기간의 경제적 성장을 가져다주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계층 간 심각한 단절을 낳았습니다. 즉, 1%와 99%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긴 것입니다. 이러한 벽은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를 갖게 하였고 마침내 계급투쟁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가진 자는 계속해서 소유하려고 애를 쓰고, 없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박탈당하는 현실 속에서 점점 세상은 두 동강이 나버렸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성경은 서로 짐을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6:2]고 하였지만 신자유주의는 서로 짐을 지는 것을 무시하였습니다. 오직 정글의 법칙에 따라 살아남는 자만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공정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하나님의 법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서로 짐을 지는 것이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는 것인데 인간의 탐욕은 서로에게 짐을 지우고 자신은 편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월가 점령 시위는 탐욕의 시대를 종언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이들의 아우성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몸부림과 아우성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되면 상상 할 수 없는 저항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시금 우리의 시대를 돌아보고 서로 짐을 지는 사회로 나가야 합니다.

 

월가의 시위는 단지 경제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의 문제로 반드시 확산될 것이며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월가의 시위는 경제, 정치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회를 향하여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보아야 합니다. 한국 교회 역시 계층 간의 분열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 교회도 상위 10%의 대형교회와 하위 80%의 미자립 교회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10% 정도의 중형교회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입니다. 10%의 대형교회들이 서로 짐을 지라는 이 말씀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지금 80%의 미자립 교회에는 주일학교, 중고등부가 매우 빈약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이어짐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미자립 교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대형교회의 내일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적용한다면 큰 위기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의 교회들이 하나가 되기를 기도하셨습니다. 삼위하나님이 하나이듯이 지상의 교회들이 하나가 되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서로 짐을 지는” 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보입니다. 1000만 성도를 사랑하는 한국 교회가 서로 짐을 지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슈퍼 부자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교회는 서로 짐을 지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10% 교회와 90% 교회로 분열되는 일을 멈추어야 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탐욕이 주인노릇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는 서로 짐을 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반드시 하나의 교회가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