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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신문] 이 한권의 책 / 〈죄와 은혜의 지배〉

새벽지기1 2016. 3. 24. 10:39


죄’에 관한 심도 깊은 신학서 ‘눈길’
‘흰 눈이 온 천지를 뒤덮은 어느 해 겨울밤이었습니다. 어느 산골 마을에서 이 교리를 묵상하다가 한없이 울었습니다. 무지 가운데서 살아온 날들이 너무나 서러워서 울었고, 내 안에 있으나 내가 알지 못하던 많은 죄들 때문에 통곡하였습니다. 그 때 제 손에는 17세기의 청교도 존 오웬이 쓴 60여 쪽의 작은 논문 한 편, A Treatise of the Dominion of Sin and Grace가 들려 있었습니다.’

<게으름>의 저자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새로운 책을 내놨다. <죄와 은혜의 지배>(생명의말씀사).
지난 97년, 기독교출판문화상을 받았던 <예배의 감격에 빠져라>(규장)로 시작해 2003년 또 한번 같은 상을 받았던 <거룩한 삶의 실천을 위한 마음지킴>(생명의말씀사), 또 <새벽기도>(생명의말씀사)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고 열정적인 글쓰기로 ‘거룩한 삶’에 관해 이야기해왔던 그는 이번에 <죄와 은혜의 지배>로 ‘죄’의 문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우리 안에 내재하는 본질적인 죄와 그 죄에 대한 처절한 인식, 그리고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절대자 앞에 무릎 꿇고 은혜를 구하게 되는 과정을 무려 460여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꼼꼼하게 조명해나간 김 목사의 이번 책은 책 갈피, 갈피마다 저자의 땀과 눈물, 통절한 회개와 피눈물이 스며들어 있다.
그로 하여금 2년에 걸쳐 460여쪽의 책을 써내도록 만든 모티브는 60여쪽의 작은 논문 한 편. 우리 말로 번역하면 ‘죄와 은혜의 지배에 관한 한 편의 보고서’(혹은 논문, A Treaties of the Dominion of Sin and Grace) 정도가 될 존 오웬의 글이었다.


존 오웬은 17세기 영국의 신학자이자 목회자로 ‘청교도들의 황태자’로 불리는 영성가. 그의 작은 논문 한 편이 저자의 신앙과 삶과 다시 한번 섞이고 융화되고 녹아서 죄와 은혜에 관한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2005년판 성화교리’가 되었다.
저자가 책 머리에 밝히고 있듯이, 존 오웬은 저자의 ‘경건과 학문에 있어서 최고의 스승’이다.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 있는 신자를 죄가 결코 지배할 수 없다는 개혁자들과 청교도의 성화 교리를 체계화’한 ‘스승과 제자’의 글이 서로 유사한 제목을 갖고 있는 것은 따라서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내용적으로는 ‘신자 안에 남은 죄와 죄의 계획, 그리고 죄가 신자 안에서 우세해지는 방법’ 등을 논증하지만, 이 부분을 둘러싼 개혁자들과 청교도, 그리고 최근 신학자들의 저술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관련 자료들을 읽는 것도 풍부한 독서체험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목차가 10페이지에 이른다는 것인데, 이 ‘성실한’ 목차는 책 전체의 내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신학적 탐구의 열의와 성실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의 성실성과 탐구의 깊이는 이러한 목차뿐만 아니라 본문과 각주의 비율이 10대 8이나 된다는 것에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혹여 저자의 이런 성실성은 ‘책이 어렵다’는 독자의 불평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웃음띤 대답은 이것이다. “하늘 가는 길은 쉽지만, 잘 살며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연단된 꿋꿋함과 성숙한 경건은 인스턴트 신앙에는 없지요.”
쉽고 연성화된 컨텐츠에 길들어가는 독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될 수 있는 저자의 응답은 정창욱 교수(총신대 신학과)의 추천사로 좀더 부연설명이 된다. ‘기독교의 발전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상 중의 하나로 ‘반지성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따라 설교란 조금이라도 어려워서는 안되며, 쉽고 재미있어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이 강단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말씀이 선포되지 않는 곳에서 성숙하고 깊이 있는 신앙이 자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