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도신경 13 '영원히 사는 것을 믿습니다'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巫女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직접 보았 지요. 애들이 '巫女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지요. '죽고싶어'." 엘리어트의 시「황무지」의 제사(題詞)이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죽음에 대한 전망도 없이 사는 그 무녀의 절망감에 지펴 ..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7
오늘의 사도신경 12 '몸이 다시 사는 것을 믿습니다' 몸처럼 서러운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고, 배고픔에 허덕이며, 폭력과 고문에 의해 찢기고 상하는 몸, 성적 욕망에 사로잡히고 때로는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몸, 질병으로 무력하게 되고 뒤틀리기도 하는 몸, 해가 갈수록 약해지고 쭈글쭈글해지는 몸. 물..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7
오늘의 사도신경 11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을 믿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달콤한 과즙이 흐르는 열매를 따먹은 이후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는 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인생은 유혹인데 유혹을 견디어낼 힘이 우리에겐 늘 부족하다. 그래서 유혹에 넘어가고, 잠시 후에는 회오(悔悟)에 잠긴다. 하지만 또 다른 유혹이..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6
오늘의 사도신경 10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을 믿습니다' 며칠 전 한 어여쁜 청년이 허브 화분을 하나 가져왔다. 나는 그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끔 물도 주고, 대화도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햇살 좋은 어느 날 오후 말끄러미 그 화분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골든레몬타임'(허브의 이름이다)은 햇빛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던 ..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6
오늘의 사도신경9 '나는 성령을 믿습니다' 세기말에서 세기초로 이어지는 이 전환기의 화두는 '영성'이다. 바야흐로 '영'의 전성시대라는 말이다. 영성에 관해 말하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진 것 같은 분위기이다. 서점이나 전철역에서 서성거리다가 느닷없이 다가와 "도를 아십니까?" 하고 말을 건네는 수상한 젊은이들뿐만 아니..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4
오늘의 사도신경8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다시 오실 분은 하늘로 올리우신 바로 그분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 '저리로서 오실 주님.' 여기서 '저리'는 심판자의 직위가 아니다. 이곳에 있는 고백자의 입장에서 먼 곳, 곧 하늘을 가리킨다. 왜 이런 뻔한 소리를 하냐구? 한국의 유명한 어느 소설가가 자..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4
오늘의 사도신경7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1970년대의 젊은이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코드는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포크송, 장발이었다. 젊음을 주체할 수 없는 세대에게 그 시대는 너무나 암담했다. 불온하지 않은 젊음은 젊음일 수 없다는 김수영의 말을 되뇌이며 우리는 자유를 꿈꿨다. 기존의 것에는 가차없이 물음표를 붙였..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4
오늘의 사도신경6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고' 상여가 마을 고샅길을 휘돌아 신작로에 들어섰을 때, 아내의 울음소리는 더욱 애처로웠다. "어머니! 이렇게 가실 줄 알았더라면 한번이라도 더 안아드릴 걸.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고향산천이나마 두루 둘러보세요." 결혼해서 5년 동안 모시고 살았던 시어머니의 예기치 못한 떠남 앞에..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4
오늘의 사도신경5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본디오 빌라도, 왠지 이 이름에서는 비극의 냄새가 난다. 이미 죽었으면서도 망각의 강 저편에 이를 수 없는 사람, 아무도 대신 져줄 수 없는 자기만의 십자가를 지고 지상을 배회하는 사람이다. 그가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내주었던 예수는 이미 십자가에서 내려와 자유와 생명의 새 몸을..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3
오늘의 사도신경4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심을 믿습니다'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화원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꽃 무더기 사이로 저기,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으로 고요해진 얼굴이 보였다. 결혼한지 10여 년만에 첫 아이를 본 교우였다. "오셨어요?" 하며 반가워하는 그의 음성은 맑은 종소리 같았다. 아이의 출산은 .. 좋은 말씀/김기석목사 201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