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시절 미술을 전공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판화 수업을 하는데, 교수님께서 훌륭한 작품을 내놓기 위해서 예술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하셨다. “마치 본인이 창조주란 생각으로 까불 줄 알아야 돼! 그래야 작품이 나와!” 크리스천으로서 교수님이 사용하신 표현이 적잖이 거슬렸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은 미대 재학 시절 내내 필자를 따라다녔다. 어려서부터 나름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릴 들어왔기에 자연스럽게 미술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이제 그림을 더 잘 그려 봐야겠다 생각해서 미대에 진학한 것인데, 정작 미대에서는 그림 잘 그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교수님의 표현대로 미술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창조주가 되어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 내는 행위, 즉 창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