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95개조 신학논제의 두 번째 주제는 교황무오설이다.
로마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은 잘못이 없는 존재다.
우리 개신교 신자들은 그걸 비판한다.
교황을 신으로 여긴다고 말이다.
교황의 이름으로 진행된 종교재판 중에서
오류로 밝혀진 것들은 수없이 많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은 대표적이다.
로마가톨릭교회도 그런 역사적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교황 무오설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황이 일시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일정한 때가 되면 교정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오류가 없다는 것이다.
루터는 로마가톨릭교회가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황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교황(제도)을 악마라고 까지 독설을 퍼부었다.
루터가 종교재판에서 파문당했다는 건 악마로 정죄를 받았다는 건데,
루터는 거꾸로 교황을 악마로 불렀다.
루터가 단순히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다.
교황에 대한 문제 제기는
기본적으로 성직과 세속직의 구별을 거부하는 데에 기초한다.
기독교인들의 모든 직업은 소명이라는 차원에서 동일하다.
사제도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았으며
대장장이도 소명을 받은 것뿐이다.
똑같은 소명이라는 모든 직업은 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교황만 오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여기서 루터의 재미있는 신학적 착상을 한 가지 배워야 한다.
그는 당시 로마가톨릭의 사제와 추기경과 교황을 위한 성례를 거부했다.
그런 의식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라
그것을 특별한 것으로,
그래서 사제와 추기경과 교황을 영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보는 걸 거부했다.
루터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세례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사제도 세례교인이고 추기경도 세례교인이고 교황도 세례교인일 뿐이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황이라는 사람을 절대화한다면
개신교회는 성경이라는 책을 절대화한다는 말이 있다.
교황무오설이 잘못이라면
성서무오설도 잘못이다.
이런 말이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것의 신학적 깊이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문제들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오류가 없다고 믿는데서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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