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10일에 인천 공항에 잘 도착하여 이틀 밤을 지내고 이 글을 씁니다. 한국 뉴스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아시는 것처럼, 제가 도착하는 날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공항에 내려서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가니 출구 조사가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범 야권이 2백 석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에 야당측은 환호를 하고 여당측은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싶었지만 피곤에 지친 몸부터 쉬어야 했습니다. 한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TV를 켜 보니 출구 조사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집권 여당이 개헌 저지선을 지켜냈지만 참패로 결론이 날 것 같았습니다.
개표가 끝나고 나서 하루 종일 전면에 나서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TV에 나타나 입장을 발표 했습니다. 저는 일정을 소화 하면서 틈틈이 뉴스를 보았습니다.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핸드폰을 열어보니 하루 동안 1만 4천보를 걸었습니다. 전철로 이동하다 보니 운동량이 저절로 높아진 것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샤워를 마치고 나니, 피곤이 몰려 왔습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하루 동안 본 정치인들의 뉴스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장면들은 저에게 몇 가지 생각을 안겨 주었습니다.
첫째, “결국은 다 끝나게 되어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수 개월 동안 정치권은 서서히 가열되다가 최근 몇 주간 동안에는 펄펄 끓어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러다가 폭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뜨거운 열기는 하루만에 차갑게 식어 버렸습니다. 당선된 사람들은 겸손히 고개를 숙였고, 낙선된 사람들은 조용히 퇴장을 했습니다. 총선에 과 몰입 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다 각기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두번째 생각은 “끝나는 날을 생각하고 잘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쓸쓸히 퇴장한 정치인들 중에는 온갖 영화를 누리고 나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초라하게 추락한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영웅이라도 되는 양 공중에 높이 떠 있다가 추락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승리를 위해 인간적인 최소한의 교양과 품위를 버리고 비열함의 늪에서 허우적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뒷모습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던 지요!
어떤 분들은 “목회는 사람이 할 일이 못돼” 라고 하시던데, 정치야 말로 사람이 할 일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사람됨을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인간이 이루기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그들이 불쌍해 지고 또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정치 권력으로 영화를 누리는 대가로 인간됨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그들이 인간됨을 잘 지키어 그들에게 맡겨진 권력을 봉사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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