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사람을 잃는다는 것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3. 17. 06:59

    “인생의 8할은 운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을 목회에 적용한다면, “목회의 8할은 사람이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람에 관한 일이고, 사람과 관계 하는 일이며, 사람을 위한 일입니다. 설교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신학자 루돌프 불트만이 “신학은 인간학이다” 라고 말하여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 말이 이제야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간 관계에 대한 준비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도 동일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공식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통합니다. 백 사람이면 백 사람 모두에게 달리 대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목사도, 교인도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로 살면서 아무리 반복해도 적응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는 일입니다. 저의 잘못으로 인해 그런 일이 생기면 찾아가 사과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경우에 크게 낙심하곤 했습니다. 백 사람이면 백 사람 모두에게 칭찬 받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에 대한 그런 환상을 내려 놓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보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마음을 내려 놓습니다. 그것이 저 자신에게는 겸손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보다 더 힘든 경우는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사람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목회 여정 중에 그렇게 보낸 사람들이 꽤 됩니다. 어떤 분은 목사에게 차마 불만을 말할 수 없어서 조용히 떠나고, 어떤 분은 교인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발길을 끊습니다. 어떤 분은 가정사에 큰 일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잠적합니다. 이혼이나 사별의 아픔 때문에 혹은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혹은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 때문에 기별도 없이 떠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게 사람을 잃게 되면, 그 교우가 가장 어려울 때 목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으로 인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런 일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아직 교회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목사로서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 지체요 믿음의 형제 자매라면 그럴 때 오히려 서로에게 더 가까이 가게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에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교회를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이름을 남겨 두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가 더욱 교회 다워지도록 힘쓰는 것입니다. 수적 성장이 아니라 성도의 깊은 사귐이 일어나도록 힘쓰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도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힘써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