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때때로 버겁기도 하고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길들여진 대로 살아가곤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이유가 있고
살아가야만 하는 의무가 있어
그냥 뚜벅뚜벅 살아 가게 됩니다.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야겄습니다.
어제는 작지만
의미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아마도 30 년은 되었다고 생각되는데
먼저 떠나간 이가 간직했고,
떠난 뒤에도 늘 함께했던
도자기를 떠나보냈습니다.
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고
작품성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그 사람이 아꼈던 것이기에
늘 눈에 띄는 곳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내 손으로 내 곁을 떠나보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면서
탁자 위에 놓여있는 보물?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탁자가 가울어지고 보물이
내 눈 앞에서 떨어지는 것을
생생하게 보면서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몸이 반응했지만 늦었습니다.
떨어지는 순간 산산 조각나는
모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마치 슬로우모션 같이 기억됩니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시간이 멎은 듯했습니다.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고
마치 무슨 큰 죄라도 진 것처럼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조각들을 주섬주섬 모으는 중에도
그 조각조각마다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입니다.
어제 부추를 손질하다가
부추다발 속에 있는
달팽이를 만났습니다.
도마 위에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주 작은 달팽이 었습니다.
달팽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손톱 크기만한 달팽이인데
그 형체가 너무나 뚜렷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생명이 너무나 신비로워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더듬이가 나오고 느리지만
도마 위를 거니는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이대로 두면 곧 죽을 텐데
어찌해야지 하는 생각에
급히 옷을 챙겨 입고
손바닥에 달팽이를 모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손바닥에서 더듬이를 내밀고
여전히 길을 찾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습기가 있을 것 같은 곳을 찾다가
영산홍꽃 무더기를 발견하고
그 그늘 아래 조용히 모셨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
부디 터를 잡고 오래 살아으면 했습니다.
또 하루가 주어졌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입니다.
오늘 아침 산책은 보류입니다.
잠복기 5일째인데
어제저녁은 몹시 고통스러웠습니다.
목이 잠기고 기침까지 합니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몸을 쉬게 해야겠습니다.
방형!
오늘도 힘내시고요!
오늘도 함께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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