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예수님의 화(막 3:5)

새벽지기1 2022. 8. 26. 06:54

'그들의 마음이 완악함을 탄식하사 노하심으로 그들을 둘러보시고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내밀라 하시니 내밀매 그 손이 회복되었더라.' (막 3:5)

우선 짤막한 본문 비평이 필요한 대목이군요. 우리말 성경에는 예수님이 저들의 완악한 마음을 탄식하셨다는 문장이 먼저 나온 뒤로 노하심으로 그들을 둘러보셨다는 문장이 뒤를 따르고 있지만, 헬라어 성경에서는 그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루터번역본은 헬라어 성경을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에서 이렇게 문장의 순서가 바뀐 이유는 번역자들의 편집 의도가 은연중에 개입된 게 아닐는지요. 예수님이 다짜고짜로 화를 내셨다고 하는 것보다는 먼저 그들의 마음이 완악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될 테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헬라서 성서의 순서에 따라서 예수님이 화를 내렸다는 사실을 먼저 짚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이 화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이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렇게 결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이 어디 자기 일신상의 문제로 신경을 쓰시는 분인가요? 예수님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나셨겠지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는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율법적인 태도에 화가 나셨겠지요. 그들에게는 안식일 율법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손 마른 사람의 실존이 별로 크게 와 닿지 않았으며, 따라서 선과 생명에 대한 예수님의 호소에도 귀를 막았습니다.


진리에 사로잡힌 사람은 화를 낼 때 화를 낼 수 있습니다. 아니 화를 내야만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훼손당하는데도 화를 낼 줄 모른다면 그는 결코 진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의 존엄성이 상실되는 정치, 경제 체제에 도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람을 마취시키는 종교를 향해서 몸을 던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오늘 우리에게는 거룩한 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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