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여정/3. 친구이야기

나의 하나님, 종훈이 친구에게 샬롬을 베푸시옵소서!

새벽지기1 2018. 4. 7. 10:51


어제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 여행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저의 고향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 고향 친구입니다.

까마득한 기억 속의 친구이지만

항상 나의 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였고

나의 어머니는 그 친구의 어머니였습니다.

그 친구의 논과 밭은 나의 일터였고

나의 논과 밭은 그 친구의 일터였습니다.

그 친구와 나의 놀이터는 같았습니다.

그 친구의 비밀은 나에게는 비밀이 아니었고,

그 친구의 침묵은 나에게는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런 그 친구와 이제 곧 헤어진다는 의사의 선언,

그 현장을 어제서야 다녀왔습니다.

불과 두어 달 전 어느 친구 아들 혼인 잔치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밝게 웃고 노래방 마이크를 잡았던 친구였는데...

친구 아내의 눈엔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데 아직도 그런 눈물이 남아있느냐는

담당 간호사의 넉두리가 천둥처럼 들려왔습니다.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어 애써 외면했습니다.

 

나의 목소리를 기억해주는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힘없는 눈꺼풀을 애써 헤치고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심장에 박힙니다.

잡은 손을 놓을 줄 모릅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안아달라는 뜻임을 알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나의 등을 어루만져주는 손길은 부드러웠습니다.

그의 등과 어깨는 한 겨울의 나목 같았습니다.

호흡 소리는 거칠었고 입술은 거칠어져 있었습니다.

며칠 전 찾아온 친구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벚꽃 구경 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나의 이야기에

그렇다는 듯이 옅은 미소로 답합니다.

 

이 세상에 친구의 아내 같은 사람은 없다는 나의 짖궂은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 친구야 그런 마누라가 곁에 있는 친구는 복 받았어

와이프한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보라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 아내의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의 기도수첩 앞부분에 친구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길 기도해왔습니다.

친구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 동안 친구의 잡은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나의 목소리도 떨렸을 겁니다.

바라기는 그 영혼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참 기쁨과 평강을 허락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친구를 만나니 좋으냐는 친구 아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고 즐거운 생각을 떠올리며

이 어려움을 잘 견디면 좋겠다는 얘기에 잡은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친구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라는 농담에

친구의 아내는 그래도 좋다라고 호응해 주었습니다.

다시 만나러 올 테니 잘 지내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나의 발걸음이 감각을 잃은 듯 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비를 만났고 눈보라도 만났습니다.

꽃샘추위치고는 심했습니다.

지하철을 내려 집으로 오는 길이 너무 추웠습니다.

바람도 심했고 겨울 추위였습니다.

오늘 새벽에는 나의 기도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창조주 되시며 주권자 되시는 하나님께서

병상의 친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기도했습니다.

친구의 거친 숨소리가 귓전에 맴돕니다.

평안한 호홉을 주시고 평안한 마음을 주시길 간구해 봅니다.

그리고 다시 친구의 마음속에 샬롬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