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좋은 시

9월의 기도 - 박화목 -

새벽지기1 2017. 8. 29. 00:10


9월의 기도

 

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고운 햇살을 한가득 담았다가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그런 가을의 풍성한 은혜 속에서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고 있을 때
너도밤나무 숲을 스쳐오는 바람소리로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목소리
"너는 나를 찾으라"

 

저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 쫓는
초동의 목소리는 차라리 한가로워
농부들은 저마다 감사하는 마음 뿌듯하여
하늘 조용히 우러러 바라보고 있을 때
"너는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간다
벽간의 귀뚜라미만 더욱 즐즐히 울어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한밤 내 소리없이 낙엽이 지고
내 마음 터전에도 낙엽이 쌓일텐데

 

이 가을에는 진실로
이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삶의 아픔을 앓는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시. 박화목

'좋은 글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날 / 노천명  (0) 2017.09.17
이 가을에 기도하게 하소서.  (0) 2017.08.30
[스크랩] 9월엔 기도하게 하소서  (0) 2017.08.29
9월의 기도 - 이해인 -  (0) 2017.08.28
귀천(歸天) - 천상병-  (0) 201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