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48) 아파트 공화국

새벽지기1 2016. 11. 16. 06:38

삭막한 긴장 털고 공동체 속으로
 

  
 

한국에 여행을 왔던 프랑스 지리학자는 아파트가 도시를 뒤덮고 논밭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모습에 충격을 받아 10년간 공부 끝에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우리 학자들도 <아파트에 미치다>, <아파트 중독증> 같은 연구물을 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서 가진 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아파트의 확산

우리나라의 총 주택 약 1767만 채의 52.7%인 936만 5000채가 아파트라고 합니다. 신축주택의 90%가 아파트이므로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우리만큼 국토가 협소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나 벨기에의 경우 도시화가 대단위 아파트 조성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국토 전체가 아파트 천지인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아파트에 사는 것이 꿈이라는 것은 우리에만 있는 특별한 현상입니다.

지리적 협소성과 높은 인구 밀도를 이유로 아파트 개발이 일종의 ‘숙명’인 것으로 말하는 것은 꼭 맞는 주장이 아닙니다. 외국의 경우 대체로 아파트는 선호하는 주거형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엔 그랬고 특히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인식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아파트가 현대적이며 서구적인 편리하고 발전된 형태의 주거 문화라는 의식이 심어지면서 오늘의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아파트는 대단위 주민이 모이기에 각종 서비스가 집중되고 다양한 편이시설과 쇼핑센터가 함께 들어서서 삶의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 예로 아파트는 통신 네트워크 설치와 관리에 최적의 상황이어서 우리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망 구성과 정보화에 앞서갈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입니다.

 
아파트의 그늘

아파트를 많이 짓고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었지만 전체 1673만 가구 중 절반 이상인 841만 가구가 여전히 무주택자라고 합니다. 아파트가 ‘꿈’인 이유는 가격이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기 때문일 겁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근로자가구 연평균 소득 대비로 볼 때 10.1이라고 합니다. 근로자 가족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북미나 유럽의 경우 아파트는 거의 임대주택입니다. 특히 저소득 계층을 위해서 계획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경우엔 높은 분양가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는 중산층에 조율되었습니다. 아파트 인기는 ‘가격으로 평가되는 상품’이 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강남 개발 이면에 정치자금 조달 목적과 부동산 투기와의 야합이 있음은 알려진 비밀입니다. “정부가 주도하고 재벌이 공급한 대단지 아파트를 상층의 도시 중산층이 수용하게 되었을 때 한국에서 아파트 신화의 역사는 시작”되었다는 프랑스 학자의 말은 아픈 진실입니다.

이로 인해 지난 40년 이상 계속된 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이른 바 ‘아파트 불패 신화’는 최근 주춤하지만 이제는 그 거품이 깨지며 집사기를 꺼려하는 성향이 전세대란으로 이어져 또 다른 난국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공동체 형성 운동

강남과 특히 신도시의 교회 성장은 아파트의 확장과 행보를 같이 했습니다. 지금도 아파트 전도법과 같이 특화된 교회성장 세미나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모임을 제대로 기획하거나 바른 전도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서 아파트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바로 포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파트는 중산층의 물질주의 정신이 강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연구물들은 한 목소리로 아파트가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아파트 크기는 승용차와 더불어 신분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꼬집습니다. 자녀의 결혼을 위해 집이 커야 하고 교육을 위해서 어느 지역에 살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집을 자주 옮기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유목민이요, 부초 같이 떠돌이가 되고 만다고 지적합니다.

많은 교회들이 아파트 단지 조성과 함께 성장한 만큼 아파트 주거 문화를 보다 건전하게 바꾸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아파트에 살지만 아파트의 잘못된 정신에 물들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한 기독교 시민단체가 벌이는 운동처럼 부동산 투기를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집을 여러 채 소유한 이들이라면 공정한 가격에 안정적인 임대를 통해 기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특히 개인주의화 되어 외로움과 소외 속에서 ‘하루살이 문화’에 젖은 이들을 위한 공동체를 교회 안에 만드는 일에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층간 소음 시비 같은 긴장을 극복하는 이웃사랑과 공동체정신을 함양에 기여해야 합니다. 삭막한 아파트 숲을 정감 가득한 사람 사는 마을로 만드는 일을 앞장서야 합니다.

신국원 교수  opinion@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