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설교표절을 어떻게 할 것인가? / 박영돈목사

새벽지기1 2016. 8. 27. 07:38


설교표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기 교회 목사가 남의 설교를 상습적으로 표절하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는 교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그에 대한 상담과 문의가 들어온다. 어떤 교회 목사는 표절이 발각되자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터넷 설교 사이트에서 회비를 낸 것이기에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괴변이다. 표절했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너무도 명백한 거짓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신앙양심이 더러워지고 마비되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부패한 심령에서 어찌 맑은 복음의 생수가 흘러나올 수 있겠는가. 사실 많은 목사들은 설교를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과 부지런함이 없을 뿐 아니라, 깨끗한 신앙양심과 정직한 마음도 없다.


설교은사와 실력이 딸려서 스스로 설교를 만들어내기가 힘든 목사들이 많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에는 그런 목사를 배출한 나 같은 신학교수의 책임이 큼을 통감한다. 앞으로 교단과 신학교 차원에서 이 문제를 극복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론적인 문제제기만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마련도 시급하다. 표절하는 목사들 중에는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며 교인들에게 더 좋은 설교를 들려주기 위해 다른 목사의 설교를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떤 동기와 목적이든 간에 그런 방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표절의 문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자기 힘으로 제대로 된 설교를 만들어낼 수 없는 목사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과거 미국의 한 교단에서는 매주 일관된 설교문이 목사들에게 제공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설교의 무거운 짐과 부담에 짓눌려 있는 목사들을 해방시켜주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다른 이가 작성한 설교문을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폐해를 낳으며, 인격을 통해 말씀하시는 성령의 방편이 되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것이 표절하지 않고는 설교를 작성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가 될 수는 없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 신학교는 일 년에 한번 씩 신대원 주일을 맞이하여 전국교회에 설교문과 기도문을 제공한다. 매주 교단 차원에서 모범적인 설교문을 작성하여 자신이 스스로 설교를 만드는데 애로사항이 있는 이들에게 배부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그런 방식은 목사가 표절로 신앙양심을 더럽히는 것을 막아주고 양심의 떳떳함을 얻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목사가 제공된 설교문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기도한다면 성령이 역사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이 만든 설교가 얼마나 자신의 심령을 관통하며 교인들의 심령에 공명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제공된 설교문으로 설교하는 목사는 자신이 만든 설교를 전하는 목사보다 실력이 없고 게으른 목사로 낙인찍힐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하여 나름 방안을 생각해보았는데 그것도 뾰족한 수는 아닌 것 같다. 최선은 신학교와 교회가 엄선하여 설교의 은사와 능력과 경건과 영성을 갖춘 설교자를 배출하는 것인데, 그 이상이 멀게 만 느껴지니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