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3067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준비하리라. (막 1:2)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준비하리라.' (막 1:2) 요즘 논문을 쓰는 사람들이 각주를 달듯이 마가는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인용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가의 속을 내가 뚫어볼 수는 없지만, 아마 자신의 글을 읽어야 할 독자들이 바로 이사야 선지자에 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선지자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집단은 없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은 왕이며, 종교적인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은 제사장입니다. 왕과 제사장이 제도권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선지자는 재야에서 이 제도권을 비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왕, 제사장, 선지자가 이스라엘의 모든 역사에서 ..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복음 3>

저는 앞서 출애굽과 포로귀환을 ‘기쁜 소식’으로 이해하는 구약의 해석이 신약에서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이 말에 오해가 있을까 해서 변명해야겠습니다. 우리의 억압된 삶의 구조가, 그런 것들은 대개 경제와 정치에 연관된 것인데, 해방의 구조로 바꾸는 일들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사는 분들이 한국 사람들과 아무런 차별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사회구조를 바꿔나가는 일은 교회가 선포해야 할 복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연대해서 극복해야 할 문제들은 국내외적으로 끝없이 널려 있습니다. 정의와 평화가 이 땅의 삶에서 구체화할 수 있도록 교회는 깨어있는 영성으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야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차..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복음 2>

마가복음 기자가 전하는 복음(福音, 유앙겔리온)이라는 단어는 복된 소식, 기쁜 소식이라는 뜻입니다. 유대인들의 역사를 배경으로 기록된 구약성서에서 볼 때 가장 큰 기쁜 소식은 출애굽과 바벨론포로 귀환입니다. 먹고살기 힘들어 이집트 땅으로 이민 갔던 이스라엘 민족이 그곳에서 소수민족으로 당해야만 했을 고난, 그리고 전쟁에서 패배하여 인질로 잡혀갔던 바벨론 제국에서 당해야만 했을 모욕이 그들에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이었는지는 긴말하지 않아도 분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집트로부터의 엑서더스, 바벨론으로부터의 귀환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가장 기쁜 소식, 즉 복음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 이집트와 바벨론은 제국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복음 1>

한국에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같은 이름의 교단만 있는 게 아니라 아예 ‘복음’을 간판으로 내건 교단도 있습니다. ‘복음교회’가 그 교단입니다. 복음교회는 그렇게 보수적이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진보적이지만도 않은, 비교적 건전한 교단입니다. 복음을 간판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복음교회보다 훨씬 더 복음이라는 단어와 밀착된 교단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회’가 그 교단입니다. 이 하나님의 성회도 나뉘어졌기 때문에 지금 제가 정확한 명칭을 기억할 수는 없네요. 어쨌든지 이 하나님의 성회는 이런 공식 명칭보다 소위 ‘순복음 교회’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순복음이라는 속칭이 그들의 공식명칭을 제치게 된 이유는 조용기 목사님이 시무하는 ‘여의도 순복음 교회’ 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순복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막 1: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신약성서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네 복음서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분적으로 예수님의 출생설화와 열두 살 때의 에피소드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예수님이 출가한 후 갈릴리에서 사마리아를 거쳐 예루살렘에 이르러 체포당하고 십자가 처형을 당한, 소위 공생애가 핵심입니다. 그 기간은 짧게 잡으면 1년여, 길게 잡으면 2년여가 됩니다. 다른 종교창시자나 성인들과 비교할 때 전체 삶도 짧았을 뿐만 아니라 활동 기간도 지나치게 짧았습니다. 3년짜리 신대원 공부보다 짧은 기간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좀 더 오래 사셨다면 기독교의 역사는, 그리고 유럽의 역사는, 전 세계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부처님처럼 천수를 다하셨다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수 그리스도 (막 1: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앞에서 본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어떤 사본에는 생략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루터는 1절 말씀을 이렇게 번역했군요.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사본에 따라서 성서의 내용이 아주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들쑥날쑥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현재 발견된 수천 개에 이르는 사본 중에서 동일한 게 전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오늘 우리가 자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 두 가지 점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첫째, 성서의 축자영감설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약간 씩 차이가 나는 사본 중에서 어떤 것을 원본이라고 해야 할는지 결정하기 힘듭니다. 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마가복음 기자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진술로부터 복음서 쓰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우리를 여러 가지 면에서 곤란하게 만듭니다. 우선 하나님에게 아들이 있다는 말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영으로 존재하는 성서의 하나님이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재현하는 헬라 신화의 여러 신들처럼 자식을 두었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이 말을 예수님의 초월적 능력의 근거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우리는 성서를 읽을 때 그 진술들이 곧 ‘해석’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스스로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초기 기독교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