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134

처음과 마지막이 되신 분 (히 1:1-4) / 김영봉 목사

해설:하나님은 말씀하시는 분이시다. 말씀으로 온 우주와 모든 생명을 창조하셨다. 그분은 당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에게 이 세상을 맡기시고 당신의 뜻을 전하셨다. 이스라엘을 선민으로 선택하신 다음에는 모세를 통해 말씀하셨고,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셨다(1절).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법으로”라는 말은 하나님의 말씀이 “간헐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졌다는 뜻이다.  “마지막 날”(2절)은 예언자들이 “그 날이 오면......”이라고 지칭했던, 하나님께서 구원 역사를 새롭게 하실 날을 가리킨다. 예수 그리스도는 임마누엘 즉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마 1:23)으로 우리 가운데 오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요 1:14). 하나님은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을 주셨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자중세 시대 어느 한 기사가전쟁터로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가방에는 적과 싸우기 위한 무기를 챙기고잠잘 때 덮을 보드라운 담요와 베개,허기를 달랠 충분한 양식과 식기,불씨를 피워 올릴 장작, 목마를 때 마실물과 수통 등을 챙겼습니다.혹시 모를 상황이 염려되어많은 짐을 챙기다 보니 나귀에 짐을 잔뜩 싣고도본인 또한 짐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그런데도 마음이 불안했던 기사는뜨거운 햇빛을 가릴 모자와여분의 옷을 더 챙긴 후에야안심이 되었는지 길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길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개천을 건너게 된 기사의 눈에는오래돼 보이는 나무다리가 보였습니다.나귀와 함께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너는 순간,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다리가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무너져 내..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를 탄식하시는 예수님(눅 9:37-50)

눅 9:37-50 묵상입니다. 귀신 들린 외아들의 치유를 강청하는 아버지.말씀으로 귀신을 꾸짖으시고 낫게 하시는 예수님.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를 탄식하십니다. 무리들이 예수님의 위엄에 놀라워할 때에예수님께서 두 번째로 십자가 수난을 예고하십니다.제자들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침묵합니다. 예수님의 수난 예고 중에 누가 크냐 논쟁하는 제자들.예수님은 큰 자는 자신을 낮추고 섬기는 자라 하십니다.제자들은 여전히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나님과 교회를 욕망의 도구로 삼고 있지 않은지,교만과 위선적 영성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지.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나를 돌아봅니다.

역전의 하나님(에스더9:1-2) / 이금환 목사

"아달월 곧 열두째 달 십삼일은 왕의 어명을 시행하게 된 날이라 유다인의 대적들이 그들을 제거하기를 바랐더니 유다인이 도리어 자기들을 미워하는 자들을 제거하게 된 그 날에 유다인들이 아하수에로 왕의 각 지방, 각 읍에 모여 자기들을 해하고자 한 자를 죽이려 하니 모든 민족이 그들을 두려워하여 능히 막을 자가 없고"(에스더9:1-2) 바벨론의 포로기에  하만이라는 자가 유다인들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D-day로 삼았던 날입니다. 하만이라는 자는 당시 에스더와 유다인들의 신앙적인 지도자였던 모르드개를  나무에 매달아 죽이려고 거의 25미터 정도 되는 나무를 준비했습니다(에7:7). 그런데 역전되었습니다. "이젠 역전 되리라!" 모르드개를 매달아 죽이려고 세웠던 나무에 하만이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에스더..

손(5) / 정용섭 목사

손(5) 아래의 글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15-17쪽에 나오는 하나님의 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읽기에 따라서 조금씩 달리 전달되겠지만, 하나님의 손이라는 발상이 재미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분명히 뭔지 활기 있고 새하얀 것이 한 줄기 아련한 광채처럼 스칸디나비아 지방을 춤추듯이 오락가락하고 있었습니다. 그 근방은 이미 그 즈음부터 지형이 무척 둥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성이 나서, 성 니콜라우스에게 ‘내가 창조한 사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네 손으로 달리 만들어 보게.’하고 꾸짖었습니다. 성 니콜라우스가 할 수 없이 하늘을 나서면서 문을 꽝 닫는 순간, 별 한 떨기가 공교롭게도 그 테리아(개의 한 종, 주) 머리에 맞았습니다. 더 할 나위 없는 불행한 일..

손(4) / 정용섭 목사

손(4) 예수는 출가 전까지아버지 요셉에게서 목수 일을 배우면서 살았을 것이다.복음서 기자들은 그것에 대해서직접 발언을 하지 않지만요셉이 목수였다는 것은 자주 거론한 걸 보면간접적으로 그것을 인정한 게 분명하다.예수는 출가 전까지 목수로 살았다고 말이다. 로 유명한 니스코 카잔치키스는놀랍게도 이라는 소설도 썼다.거기서 첫 장면은 무장 독립을 운동을 하던 아들이로마의 십자가형에 처형당하는 날 어떤 여인이십자가를 만든 사람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것이다.내 아들이 달린 그 십자가에 당신도 죽을 거라고 말이다.그 십자가를 만든 목수가 바로 예수였고,예수는 훗날 그 여자의 저주대로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예수의 출가 나이는 대략 30세다.비교적 늦은 나이에 출가했다.종교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은 어린나이에,늦어도 2..

손(3) / 정용섭 목사

손(3) 이십 여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과이미 70대 중반에 들어선 큰 형님의 손은막노동자의 손답게 거칠다.겉으로 볼 때 큰 손은 아니지만내 기억으로 두툼했다.손아귀 힘도 셌다.그분들은 평생 육체노동으로 사셨다.함석을 가위로 자르고접고 나무망치로 두드리고,납작한 철근을 구부리는 모든 일이손을 필요로 한 탓에 손 근육이 발달했다.나도 어렸을 때 그분들의 일을 조금씩 돕곤 해서그분들의 손힘이 얼마나 센지 잘 안다.어른이 돼서 가끔 만나 악수할 때도손의 힘이 전달되곤 했다. 그들에 비해 내 손은 작기도 하거니와근육도 형편없어서 가냘파 보인다.굳은살도 없고손금도 그대로 살아있으며손가락 관절도 별로 튀어나오지 않았다.손을 쓰는 노동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흔적이손에 그대로 묻어난다.기껏해야 아령을 잡고 흔드는 정도..

손(2) / 정용섭 목사

손(2) 나는 예배 마지막 순서인 후주가 울리는 동안미리 출입문 쪽으로 가서밖으로 나가는 교우들과 악수를 나눈다.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어린이들과도 악수한다.예배를 인도한 사람으로서거기에 참여한 분들과의 사귐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악수를 할 때는 손을 보는 게 아니라얼굴을 본다.성찬식을 집행할 때와는 반대다.손을 안 보고 악수를 하니까경우에 따라서는 서로의 손이 엇갈리기도 한다.내가 교우의 손끝만 잡는 경우도 생기고,또 거꾸로 되는 경우도 있다. 악수를 나누는 데도 다 사람의 성격이 나타나는 것 같다.아무 생각 없이 손을 건네는 사람도 있고마음을 담는 사람도 있다.어떤 분은 손에 너무 힘이 없어서 잡기도 민망하고,어떤 분은 너무 강해서 미리 조심한다.대구샘터교우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악수하는 사..

손 / 정용섭 목사

손 샘터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일에성찬예식을 거행한다.회중들이 한 줄로 서서 성찬대 앞에 오면내가 빵을 뜯어서 각자의 왼편 손바닥에 올려놓으면서“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하고 말한다.그러면 회중들은 ‘아멘’으로 화답하고왼편 손바닥에 놓인 빵을 오른손으로 잡아바로 옆 질그릇에 담긴 포도주에 찍어 먹는다. 나는 앞으로 나온 회중들의 얼굴은 안 보고그의 손만 본다.빵을 떨어뜨리지 않게 위해서조심스럽게 그분의 손을 보고 정확하게 올려놓는다.조금이라도 방심하면빵이 굴러 떨어질 수도 있으니조심할 수밖에 없다.그러다보니 회중들의 손이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그 손이 누구의 손인지는 모른다.키가 아주 작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얼굴이 보이지만그 외의 사람들은 내 시선 각도에서 벗어나 있다. 손의 모양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