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샘터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일에
성찬예식을 거행한다.
회중들이 한 줄로 서서 성찬대 앞에 오면
내가 빵을 뜯어서 각자의 왼편 손바닥에 올려놓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하고 말한다.
그러면 회중들은 ‘아멘’으로 화답하고
왼편 손바닥에 놓인 빵을 오른손으로 잡아
바로 옆 질그릇에 담긴 포도주에 찍어 먹는다.
나는 앞으로 나온 회중들의 얼굴은 안 보고
그의 손만 본다.
빵을 떨어뜨리지 않게 위해서
조심스럽게 그분의 손을 보고 정확하게 올려놓는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빵이 굴러 떨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회중들의 손이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
그 손이 누구의 손인지는 모른다.
키가 아주 작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얼굴이 보이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내 시선 각도에서 벗어나 있다.
손의 모양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놀라운 정도다.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다섯 손가락의 대비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다.
아마 체온도 다를 것이다.
성찬식 때 손을 자주 보다보니
손금도 나름 일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인생살이가 손바닥을 보면 알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은 그의 미래 운명까지도 어느 정도는 살펴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이건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다.
단지 다양한 손 모양에 놀라서
혹시나 그런 일도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뿐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손은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다.
인간만 손을 통해서 온갖 것을 만들어낼 줄 안다.
침팬지가 아무리 영특하고 오랜 훈련을 받는다고 해서
피아노를 칠 수 있겠는가.
또는 테니스 라켓을 들고 게임을 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나는 온 종일 손을 썼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책장을 넘기고,
젓가락질을 하고,
낫을 들고 풀을 깎고 호스를 들고 물을 뿌렸으며,
테니스 라켓을 휘둘렀고,
타월로 몸을 씻었고...
끝이 없이 손을 썼다.
언젠가는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이 올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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