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손(3)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3. 7. 05:06

손(3)

 

이십 여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과

이미 70대 중반에 들어선 큰 형님의 손은

막노동자의 손답게 거칠다.

겉으로 볼 때 큰 손은 아니지만

내 기억으로 두툼했다.

손아귀 힘도 셌다.

그분들은 평생 육체노동으로 사셨다.

함석을 가위로 자르고

접고 나무망치로 두드리고,

납작한 철근을 구부리는 모든 일이

손을 필요로 한 탓에 손 근육이 발달했다.

나도 어렸을 때 그분들의 일을 조금씩 돕곤 해서

그분들의 손힘이 얼마나 센지 잘 안다.

어른이 돼서 가끔 만나 악수할 때도

손의 힘이 전달되곤 했다.

 

그들에 비해 내 손은 작기도 하거니와

근육도 형편없어서 가냘파 보인다.

굳은살도 없고

손금도 그대로 살아있으며

손가락 관절도 별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손을 쓰는 노동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흔적이

손에 그대로 묻어난다.

기껏해야 아령을 잡고 흔드는 정도,

테니스 라켓을 잡는 정도의 힘만 있다.

그러니 손이 발달할 수가 없다.

만약 손의 노동 강도로 천국에서 상급이 주어진다면

나는 밑바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제 온통 밭과 산과 숲 천지인 원당에 들어왔으니

손으로 하는 노동에 힘을 쏟아야겠다.

그래봤자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서

노동의 진정성은 없겠으나

그것이나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래.

손을 쓰자.

호미도 더 자주 잡고

설거지도 더 자주 하고

삽과 곡괭이질을 열심히 하고

기회가 되면 톱질과 도끼질도 해보자.

바라기는 죽기 전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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