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은혜를 흘려 보내는 통로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7. 15. 05:48

    지난 주일 예배 전에 처음 보는 남자분이 조심스럽게 예배당에 들어 오셨습니다. 그분은 수줍은 표정으로 “사정이 어려워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한 교우께서 그분을 안내하여 예배를 드린 후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 주셨습니다. 그 교우님이 들은 바에 의하면, 그분은십여 년 전에 심장마비를 두 번 겪고 나서 연약한 건강을 추스르며 살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심장 이식을 위해 대기 상태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약한 건강 때문에 한 주에 20시간만 일하실 수 있기에 장애 지원금과 부인의 수입으로 생활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상황이 갑작스럽게 꼬이면서 모든 수입이 끊겼습니다. 부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 보았으나 번번이 길이 막혔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삼 개월 치 렌트 비가 밀렸고, 집주인은 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아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를 해 왔습니다. 건강도 좋지 않은데 이 더위에 거리로 내 몰리게 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재정적인 도움을 얻을 만한 지인이 아무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교회도 찾아가 보고 구제 기관에도 찾아가 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난 토요일에 장애우들과 투병하는 이들이 산책과 담소와 음식을 나누는 모임에 참여하셨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하니, 어떤 분이 “사귐의 교회를 가면 도와 주실 겁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 주신 교우님은 그분을 제 사무실에 모시고 오셔서 인사를 나누고 함께 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후, 그분은 집주인으로부터 받은 소식을 전해 주셨습니다. 집주인도 그분의 딱한 사정을 헤아렸는지, 한달 치 렌트 비만 마련하면 집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누군가를 재정적으로 도와야 할 때 담임목사, 임원회장, 평신도대표, 재정부장, 4인의 합의로 결정합니다. 저와 세분의 임원들은 일단 한달 치 렌트 비를 도와 드려서 급한 불을 끄고 보자고 했습니다.    다음 날, 그분이 연락을 맡으신 교우님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 오셨습니다. 그 문자 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 적습니다. 


안녕하세요? 매우 더운 날씨입니다. 오늘 오후에 교회에 들러 보았습니다. 저 같은 완전한 교회 이방인에게 너무 큰 감동을 주셨습니다. 저의 처지를 남의 얘기로 듣지 않으시고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어 주심에 놀랐습니다. 주신 분들의 마음이 저에게 엄청나게 크게 전달 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몰라, 못하는 기도라도 해 보려고 교회에 왔던 것입니다. (후략)

   알고 보니, 그분은 이십 대에 사업을 시작하여 한 때 국제적인 사업가로서 대단한 부와 명성을 누렸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도움을 구하러 다녀야 했으니, 얼마나 힘겨웠을까 싶었습니다. 또한 번번이 거절을 당하셨으니, 얼마나 절망 되었을까 싶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지난 번 화재로 인해 두 손자를 잃은 브라이스 가족(Brice Family)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분이 변을 당했을 때 우리는 사랑의 헌금을 모아 보내 드렸습니다. 그 때 그분은 큰 위로를 받았다면서 감사의 카드를 보내 오셨습니다.


   그분의 편지에는 적지 않은 금액의 체크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분은 화재 난 집을 최근에 매각했고, 수익금 중 십일조를 떼어 교회와 자선 기관에 나누어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그분에게 보냈던 금액의 두 배를 보내 오셨습니다. 편지에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돌보려는 우리의 마음을 알아 보신 것입니다.


   저는 그분의 깊은 믿음과 사랑에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중에 제 마음에는 지난 주에 찾아온 그 남자분이 생각 났습니다. 하나님께서 브라이스 가족을 통해 그분을 도우시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저는 세 임원들께 그 뜻을 전했고, 세분이 동의해 주셔서 그분에게 필요한 금액을 모두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는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첫째, 하마터면 이 더위에 길에 내몰릴 가족에게 우리 교회가 피난처의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까지 그분의 요청을 외면했다면 어쩔 뻔 했겠습니까? 우리가 이웃의 아픔에 마음을 쓰니, 주님께서 낯 모르는 사람을 통해서 도울 힘을 주십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한 것이 곧 주님을 위해 한 것이라는 말씀이 생각 났습니다.


   둘째, 우리 교회가 어려운 사정에 있는 이들에게 공감적으로 대하는 교회로 소문 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도 어떤 분이, 어려움 중에 빠진 교우를 교인들이 돕는 모습을 보고 우리 교회에 나오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분이 “이런 교회, 처음 보았다”고 하셨다 지요. 그런 교회는 많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 교회가 그런 교회들 중 하나가 되었다면 더 없이 감사할 일입니다.


   교회를 통해 이런 기적을 경험하게 하시니, 진실로, 진실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 교회를 일구어 가는 데 헌신하시는 모든 교우들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