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예배의 자리에 앉아 기도 드리는 중에 교우님들에 대한 감사가 제 마음에 들어 찼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총회의 결정이 내려진 다음의 첫 주일 예배였기에 ‘혹시나 이 결정으로 인해 예배의 자리에 나오지 않는 분이 계시면 어떡하나?’라는 염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럴 분은 없으리라고 믿었지만,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 너무 어려우면 잠시라도 발길을 끊고 싶을 것입니다. 지난 주일, 교우님들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예배당에 가득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교우들은 교단의 결정으로 인해 마음이 복잡하실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는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교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분들은 성경이 금하고 있는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한 교단의 결정을 납득하기가 어려우실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 교회가 좋다 해도, 교단이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도 교단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할 수 있는 한 수용하려고 노력하지만, 교단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고 저항심이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불편한 심정을 다독이고 예배의 자리에 나오셨으니, 목사로서 감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일 광고 시간 말미에 잠시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제 고향 당진에는 감리교회 밖에 없었습니다. 소위 ‘네비우스 정책’에 따라 초기 선교사들이 교파별로 선교 지역을 분할했는데, 충청도는 감리교회에게 분할되었습니다. 저의 증조 할머니께서는 십리도 넘는 거리를 멀다 않으시고 새벽기도회를 다니며 제 가정의 신앙의 시조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연히 감리교인이 되었고 감리교인으로 자랐습니다.
철이 들면서 다른 교단으로 옮길 것을 고민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감리교회의 역사와 전통과 교리를 다시 돌아 보았고, 그 과정에서 감리교 신앙과 전통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이요 자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어떤 교단도 완전하지 않다는 현실에도 눈을 떴습니다. 교단의 신학과 교리가 다른 이유는 하나님의 진리가 너무 심오하여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선택은 교단을 바꾸는 데 있지 않고, 내가 속한 교단의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교단 정책의 중요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가 선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으려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교우들께서도 저와 같이 자리를 지켜 주시기를 기대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입니다.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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