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박형호의 포토에세이

능소화 피던 날에...

새벽지기1 2020. 8. 27. 05:49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백수가 늘 그렇듯이 소파에 등짝 붙이고 누웠다가

갑자기 뭔 생각인지 출근하는 기분으로 카메라 들고 나섰다.

이놈의 날씨는 장마라고는 하는데 잔뜩 흐리고 비는 내리지도 않는다.

 

'덥기는 와 이리 덥노?'

 

구시렁거리며 나섰지만 특별히 갈 곳은 없다.

만만한 게 가까이 있는 진주성이다.

익숙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 능소화 핀 곳까지 와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엎드려 찍고 혼자서 생쇼를 한다.

 

혼자 지나가는 사람, 둘이 지나가는 사람.....

사진 찍어달라고 폰 건네주면 유원지 사진사처럼 흉내 내며 찍어준다.

한참 동안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생쇼도 지치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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