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컬럼3

마지막까지 남은 자

새벽지기1 2019. 9. 19. 07:17


아우스비츄 수용소를 잘 아실 것입니다.
독일 나찌가 유태인들을 말살하기 위해 세운 죽음의 수용소 중에
가장 악명 높은 수용소입니다.

그 수용소에 온 유태인들은 그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노동력만이 생존의 기준이었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 쓸만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도착한 당일 날로 죽음의 가스실로 가야 했는데,
대충 90% 정도의 사람들이 그렇게 죽었습니다.
살아날 확률은 단지 10%. 그렇게 살았어도 수용소 안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먼저 온 사람이 신참에게 충고합니다.
“유리 조각으로라도 면도를 하게. 수염이 없어야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고 혈색도 좋아 보인다네.”
면도칼이 있을 리 없는 수용소에서 유리 조각으로 열심히 면도를 합니다.
얼굴은 말 할 수 없이 쓰라리지만 피부는 벌겋게 됩니다. 동상으로 살이 썩어가지만 절뚝거리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 땅을 맨발로 걸으면서도 아직도 일 할 수 있음을 보이기 위해

어깨를 펴고 머리를 고추 세워야 했습니다.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 박사도 그 죽음의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 점호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밤 감자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국은 그 범죄자를 내놓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2,500 명 전원을 하루 동안 굶기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나서질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굶은 그 날 저녁.
힘든 노동에 지친 몸과 주린 배를 안고 침상에 빼곡히 누워
서로의 체온으로 꽁꽁 언 몸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고 절망적이어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누구 하나 건들기만 하면 폭발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절망적인 상황에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했습니다.
이 때 빅터 프랭클 박사가 힘겹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2차 대전이 발발한 이래 여섯 번째 겨울을 맞고 있지만, 현재의 처지가 최악은 아닙니다.
그 동안 각자 우리 모두는 수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인간의 존엄성, 행복, 직업, 건강, 재산 모두 다 잃었습니다.
그러나 잃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말 할 수 없이 크지만,
이 고통을 극복할 수 있고, 만약에 살아난다면 잃었던 것들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은 자랑거리가 될 것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굳세게 만들 것입니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살아날 가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잃거나 포기할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인간의 삶은 결코 의미를 갖지 못할 때가 없습니다.
한 동료가 수용소에 도착한 즉시 하나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나님. 이제 내가 당하는 고통과 죽음을 감내하겠습니다.
그러하오니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구원해 주옵소서.’
그 이후 그 사람은 어떤 고통도 견뎠고, 죽음 앞에서도 담담하였습니다.
이러한 마음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굶고 힘든 이 고통을 견딤으로 감자를 훔친 그 사람이 생명을 건졌습니다.
그러므로 아무 의미 없는 고통이나 보람 없는 죽음은 없습니다.”

힘없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두운 막사에 퍼져 나갔고
조용한 흐느낌이 여기 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힘을 내 일어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훗날 빅터 프랭클 박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나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씁니다.

그 책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수용소에서는 매순간 항상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 선택이란 당신으로부터 당신의 자아와 내적 자유를 빼앗겠다고 위협하는
저 부당한 군력에 복종할 것인가 아닌가 판가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선택은 자유와 존엄성을 포기하고
그들의 노리개가 되느냐 마느냐를 판가름 하는 결정이었습니다.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었습니다.
내면의 자유를 선택하였을 때 그들의 시련은 의미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로 그 책을 끝맺었습니다.
“언젠가는 이 지옥 같은 일들이 한낱 백일몽이었다고 말할 날이 분명 올 것입니다.
그러나 영원히 마지막까지 남는 것,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일 것입니다.”


빅터 프랭클 박사가 말한 ‘선택’과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
이 두 가지가 우리로 하여금 남은 자가 되게 할 것입니다.
인생은 선택입니다.
죽음의 수용소가 아니다라도 우리도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