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두 얼굴의 인간

새벽지기1 2019. 6. 17. 12:57



나를 포함해 인간은 현기증이 날 정도의 선악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인간은 지구라고 하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성에서 용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공룡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상대적으로 불리한 생존조건을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함께 사는 지혜와 능력을 체득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위기를 극복해내면서

찬란한 도시 문명과 수준 높은 문화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결국 지구를 인간의 행성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인간은 정말 대단한 존재다.

상상 이상의 창의성을 발휘해온 기막힌 천재다.

 

그러나 인간은 한없이 불의하고 어리석다.

인간은 대체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거짓에 잘 속아 넘어가고, 가짜에 열광하고, 자기 안에 갇혀 살기 일쑤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근원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일이 많고,

욕망에 사로잡혀 근원 생명을 지각하지 못하는 일이 많고,

일상의 합리성에 갇혀 근원 은총을 깨단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인간이 불의하고 어리석다는 증거는 너무나 많다.

인간은 끝없이 전쟁을 했다.

히틀러는 600만 명의 유대인을 수용소에 감금하거나 죽였고,

일본은 자기네 군인의 사기진작을 위해 한국 여성들을 무작위로 징발해 위안부로 삼았다.

우리만 해도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했으며,

그 후로도 60년이 넘게 7500만 민족이 준 전시상태로 고통하며 살고 있다.

아니, 인간의 일상 자체가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터다.

정치인은 막말전쟁

공무원은 승진전쟁

기업인은 무역전쟁

학생은 입시전쟁

청년은 취업전쟁

교회는 영적전쟁

아줌마는 살빼기전쟁

........

 

삶이 온통 전쟁이다. 

참으로 불의하고 어리석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불의하고 어리석고 수치스러운 일이 있다.

진실로 온전한 인간, 빼어나게 탁월한 인간,

한없이 겸손하고 깊이 있는 인간인 나사렛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일 말이다.

나는 이 일을 돌아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수치스럽기도 하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나는 1세기의 예루살렘 사람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목 박으라고 외쳐대는 장면,

로마의 병사들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조롱하는 장면,

'다른 사람은 그만두고 너 자신부터 구원'하라고 냉소하는 장면을 돌아볼 때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내가 바로 그런 존재라는 사실이…

 

물론 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감사한다.

하지만 비루한 일들이 만연한 일상을 보거나 들을 때,

특히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건을 돌아볼 때,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

 

인간은 정말 영특한 천재이면서 바보다.

한없이 지혜로우면서 어리석다.

끝없이 정의를 요구하는 정의의 사도이면서 숨 쉬듯 악을 행하는 악마다.

옳다. 인간 안에 선악이 꿈틀거리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좌충우돌하고 있다.

하여, 인간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나는 항상 슬프고 감사하다.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과 주체할 수 없는 감사가 내 삶에 공존한다.

나는 오늘도 슬프고 감사하다. 수치스럽고 영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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