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야 하는 것과 덮어야 하는 것
“어릴 때 나는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아이였다.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도시락도 변변히 싸갈 수 없는 집안 형편,
게다가 너무 잦은 이사에 기가 꺾여 어깨를 펴지 못했다(중략).
아버지는 가난한 시골 교회 목사여서 자식들에게 공책 한 권 사줄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닭을 키우고 달걀을 팔아 학용품을 사주셨지만 용돈까지 줄 만한 형편은 아니었다.
용돈이 궁했던 나는 고민 끝에 달걀을 매일 한두 개씩 훔쳤다.
(중략) 달걀이 매일 한두 개씩 없어지는데 부모님이 몰랐겠는가.
그런데도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나에게
‘이놈아, 도둑놈아,달걀 훔쳐가지마!’ 같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고도원 저(著) 「혼이 담긴 시선으로」(꿈꾸는 책방, 132-133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밝혀야 하는 것이 있고, 덮어 주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둘을 분별할 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신학자 라인홀드 니이버의 기도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하나님,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무엇이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며,
무엇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옵소서.”
이 기도문을 이렇게 바꿀 수 있습니다.
“하나님, 밝혀야 하는 것은 밝힐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덮어야 할 것은 덮을 사랑을 주옵소서.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옵소서”
가난한 시골 목사의 아들이었던 그는 훗날 좋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허물을 덮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어느 날 나를 불러서 ‘너 이놈의 자식,달걀 훔쳐갔지? 이 도둑놈 자식!’ 이라고 비난했다면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나는 도둑이다’ 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다.
고맙게도 부모님은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으시고,
나 스스로 그 행동을 멈출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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